[스포츠 인사이드]

#1.처음이자 마지막=1999년 10월 29일 서울 잠실구장.

한화이글스와 롯데자이언츠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한화는 9회초 1아웃까지 2-3으로 뒤져 승부는 6차전으로 넘어가는 듯 했지만,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타석에 들어선 데이비스가 상대투수 손민한에게 우전안타로 출루한 후 폭투를 틈타 2루로 진루, 후속타자 로마이어가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장종훈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로마이어가 홈을 밟아 경기는 4-3으로 뒤집혔다. 9회말은 ‘대성불패’ 구대성의 파티타임, 그는 늘 그러했듯 팀의 리드를 지켰고 1986년 한국프로야구 일곱 번째 구단으로 창단한 한화이글스(당시 빙그레)는 4전5기 끝에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한화의 우승으로 충청권 전체가 들썩였다.

한화는 11월 1~3일 천안·대전·청주에서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벌여 축제 분위기를 돋웠다. 또한 한화선수단은 10여억원의 배당금 및 보너스를 손에 쥐어 준우승만 네 차례하는 동안 구겨졌던 얼굴 표정은 물론 살림살이도 확 폈다.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한화의 이야기다.

우승이 확정되던 그날 밤, 충청권 곳곳을 빛낸 그 화려한 불꽃놀이를 필자는 아직 기억한다. 아마 많은 독자들도 아니 더 많은 충청인들이 한화가 ‘잘나가던’ 그 시절을 기억하고 그리워할 것이다.

축포의 화약냄새가 사라진 뒤 15년. 한화이글스의 르네상스가 오고 있다. 29일 시작되는 2014 프로야구, 한화는 저멀리 부산에서 그 옛날 첫 우승의 제물이었던 롯데자이언츠를 상대로 개막전을 갖는다. 독수리군단, 올해는 제발 좀 날자!

#2.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올 시즌 한화의 최상·최악 시나리오를 그려본다. 쓸데없는 걱정이지만 이 시나리오는 그 어떤 객관적 데이터나 전력 분석에 의한 것이 아닌, 순수 100% 필자 개인적인 공상(空想)이다. △최상:유창식이 제2의 류현진의 가능성을 보이며 풀타임 선발등판,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다. 최진행이 제2의 장종훈으로 거듭나 시즌 30홈런을 때린다.

김태균이 타율(0.360 이상)·타점(130 이상) 2관왕을 차지한다. 루키 김민수가 맹활약하며 차세대 국가대표 포수로 부상한다. 외국인타자 펠릭스 피에가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한다.

두 용병투수가 나란히 15승씩을 거둔다. 정근우, 이용규 등 FA들이 ‘몸값’을 한다. 김응룡 감독이 경기 중간 덕아웃을 떠나지 않는다. 가을야구에 진출, 이글스 팬들이 추위에 떨며 ‘나는 행복합니다’를 부른다.

△최악:정근우, 이용규 등 FA들이 ‘먹튀’가 된다.

유창식이 ‘또’ 그런다. 전반적으로 지난해와 같다. 김응룡 감독이 5회쯤 지나 덕아웃에서 사라진다. 이글스 팬들의 ‘나는 행복합니다’ 노래가 서글퍼진다. 한화이글스, 올해는 제발 행복합시다!

노진호 기자 windlak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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