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사이드]

#1.시대는 영웅을 원한다=류현진이 '빵'뜨기 전, 대한민국 최고의 스포츠스타는 박지성이었고, 국민들의 관심은 그에게 쏠렸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영웅은 점점 잊혀졌고 축구가 아닌 연애나 연예로 화제가 됐다. 그러던 중, 청마의 해 연초에 영웅은 다시 대한민국을 설레게 하고 있다.

그것은 대표팀 복귀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겠다는 홍명보 감독의 말에서 비롯됐다. 잊혀졌던 영웅은 그렇게 다시 광장에 섰다.

박지성에 대한 필요와 설렘의 이유는 현 국가대표팀의 경험부족이다. 4강 신화를 이룬 2002 한일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한 2010 남아공월드컵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각각 27.1세, 27.5세였다. 반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2006 독일월드컵 때는 26.4세였다.

2002년과 2010년의 성공은 신구조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브라질과의 평가전을 기준으로 홍명보호의 평균 연령은 25.7세다.

큰 대회일수록 베테랑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특히 객관적 전력이 열세일 때 팀을 이끌 구심점의 유무는 성패를 가른다. 이런 이유로 홍명보호를 위한 '신의 한수'가 박지성이란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는 세 번의 월드컵을 경험했으며 막내로서 4강 신화를 썼고 주장으로서 원정 16강을 만들었다.

물론 맨유를 떠난 후 QPR과 지금의 PSV 에인트호번까지 2년여 간의 부상과 슬럼프는 박지성의 현 상태에 의문부호를 달게 하지만, 그의 이름이 라인업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벨기에나 러시아, 알제리 선수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프랑스 아트 사커의 지휘자 지네딘 지단은 유로2004 후 대표팀을 떠났다가 고국이 독일월드컵 예선탈락 위기에 놓이자 전격 복귀해 준우승까지 이끌었다. 박지성도 마음만 먹는다면 지단이 될 수 있다.

#2.그런데 말입니다=박지성의 컴백이 이뤄진다면 '너무 젊어진' 홍명보호의 중심이 잡힐 것이다. 부드러운 그의 리더십과 산전수전 다 겪은 그의 경험은 분명히 한국축구를 강해지게 할 것이다. 필자 역시 캡틴의 복귀를 기원한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의 말대로 가장 중요한 것은 박지성의 생각이다.

그런데 최근의 분위기를 보면 이미 캡틴은 태극마크를 달고 돌아온 것 같다. 홍명보 감독의 한 마디에 잊혀졌던 영웅은 다시 광장에 섰다.

만약 박지성이 국민들의 기대와 달리 응답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다. 2011 아시안컵이 끝나고 대표팀을 은퇴한 후부터 그는 계속해서 분명하게 자신의 뜻을 밝혀왔지만, 이제 그 단언들은 의미가 없어진 모양새다.

혹시나 박지성이 부름에 응답하지 않더라도 그것은 고국에 대한 외면이 아닌 이미 선언하고 박수 받은 은퇴에 대한 재확인이다. 잊혀졌던 영웅이 다시 광장에 섰다. 그것만으로도 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그 광장이 기대를 저버린 노장에 대한 인민재판장이 되지 않길 바란다.

노진호 기자 windlak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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