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비상시국=충청권의 대표적인 프로스포츠 두 팀은 올해 안녕들 하지 못 했다. 프로야구 한화이글스는 신생팀 NC에 마저 밀려 꼴찌의 수모를 안았다. K리그 클래식 대전시티즌도 결국 강등의 굴욕을 맛봤다. 한 마디로 비상시국(非常時局)이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2013년을 마무리하는 그들의 행보도 범상치 만은 않다.

#2.깜짝1=한화는 이번 스토브리그의 주인공이다. 그들은 FA 시장에 178억여원을 쏟아 부었다. 우선 내부 FA였던 이대수, 한상한, 박정진을 잡기 위해 각각 20억원(4년), 13억원(4년), 8억원(2년) 등 총 41억원을 썼다. '국대급' 정근우, 이용규 영입을 위해 70억원(4년)과 67억원(4년)을 투자했다.

지난해 이맘때쯤 류현진의 ‘몸값’으로 엄청난 돈을 받고도 납득이 가지 않을 만큼 인색했던 그 팀이 맞나 싶을 정도다.'우승청부사' 김응용 감독을 앉히고도 탈꼴찌에 실패한 것에 대한 절치부심과 성적과 상관없이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노래하던 팬들에 대한 보답일 것이다.

한화의 통 큰 투자를 보며 기대감도 부푼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이어진 용병 잔혹사, 갑자기 살림살이가 좋아진 FA들과 기존에 배고프게(?) 운동하던 선수들 간의 이질감과 상대적 박탈감 등이 한화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축제의 분위기는 만들어 졌지만 샴페인을 터트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3.깜짝2=대전의 2013년은 우울했다. 2014년은 그 우울함보다 더 막막하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꼴찌 대전은 2014시즌을 2부리그(K리그 챌린지)에서 맞는다. 큰 충격만큼 그들은 빠르고 과감했다. 대전은 조진호 감독대행과 허정무 기술자문위원 체제로 내년 시즌을 치른다. 이와 함께 이사진도 대폭 물갈이했다. 대전의 생각은 '백의종군' 혹은 '배수진'이었던 것 같다.

강등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시즌 초반 승부를 걸겠다는 결의다. 젊은 감독의 부족함을 메꾸기 위해 백전노장을 모셨다. 대전은 부활을 위한 파격을 선택했다. 그러나 의문점은 있다. 시즌 초반 승부를 걸겠다는 구단이 굳이 신임 감독에게 '대행' 꼬리표를 붙여야 했을까.

이 꼬리표는 어쩌면 조 감독대행을 위한 각성이 아닌 구단을 위한 보험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조 감독대행과 허 위원은 사제지간이고 경력 차도 크다. 자칫하다간 감독과 자문이 아닌 어린 임금과 왕대비 간의 '수렴청정(垂簾聽政)'이 될 수도 있다. 남다른 각오는 보이지만 남다른 결과는 미지수다.

#4.활짝=한화이글스와 대전시티즌에 대한 이런저런 우려는 더 큰 기대를 동반한다. 공은 둥글다. 그렇기에 결과는 알 수 없다. 한화의 통 큰 투자와 대전의 파격 행보가 그 만큼의 결실을 맺길 바란다. 두 팀을 바라보는 모든 충청인도 내년에는 안녕들 하고 싶다.

노진호 기자 windlak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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