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으로 옮기는 김경수 대전고검장, 마지막 중수부장에 ‘검찰의 길’ 묻다]
“인권, 인류가 얻은 초역사적 가치 산물
대전고검서 국민 눈높이 맞추기 노력
검찰시민위 신설 檢비리 시민판단 맡겨

▲ 마지막 대검 중수부장을 지냈던 김경수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이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씻기 위한 소신을 설명하고 있다. 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2013년 국민들이 바라보는 검찰의 이미지는 과연 무엇일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까? 김경수(54)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과 인터뷰 약속을 하면서부터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들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마지막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인 그에게 검찰의 과거, 현재, 미래를 묻는 질문을 통해 해답을 듣고 싶었다. 이에 대해 김 고검장은 단호하지만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그는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실망에 죄송하고, 미안하다는 것 밖에 드릴 말이 없다”면서 “검찰은 그동안 청렴하지 못했고, 공정하지 못했고, 실력이 떨어져 갔기 때문에 신뢰를 잃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며 3가지 대안을 밝혔다. 우선 청렴성과 공정성, 전문성을 갖춘 뒤 국민에게 봉사하고, 국가에 충성하는 검찰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어쩌면 상식적인 질문에 뻔한 답변이지만 여기에 검찰 개혁의 해법이 담겨 있었다. 이를 위해 그는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열심히 일하고,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하는 검사를 중용해야 하며, 끊임없는 자아성찰을 통해 공정한 인사 처리가 검찰 수뇌부가 해야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부산 고검장으로 자리를 옳기게 됐는데, 올 한해 대전에 머문 소감이 궁금하다

“대전에서 한해를 보내고, 관내 지청을 순시하면서 충청도 일대를 다녀 본 것이 매우 좋은기억으로 남았다. 개인적으로는 등산을 좋아해 관사 인근 도솔산을 자주 올랐던 것이 좋았다.

때로는 도솔산과 연결된 갑천변 오솔길을 걷기도 했는데 가을 저녁에는 반딧불이도 보았고 고라니가 갑천변에서 물놀이를 하는 것도 보았다. 도심속에 이렇게 자연이 남아 있다는게 신기하고 좋았다.”

-대전 고검장 재임 시절 인권보호가 검찰 본연의 사명이라 강조한 기억이 있다. 인권을 강조한 이유는

“인권은 자유와 평등, 정의 등의 고귀한 가치와 함께 우리 인류가 역사적 경험을 통해 얻은 초역사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귀하고 가치 있는 것일수록 침해되기 쉽고 또 반대로 힘을 가진 자나 권력자에 의한 침해의 유혹도 크다.

이 때문에 공익의 대표자이며 실정법의 집행 책임자인 검사로서 인권보호는 가장 우선돼야 할 가치라 생각한다. 범죄자 또는 피의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선량한 다수, 특히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이 더 강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세상이 우리가 만들어 가고자 하는 세상이다.”

-올 한해 대전고검은 국민에게 어떤 검찰로 다가갔다고 자평하나

“평가는 국민과 지역주민이 하시는 것이지만, 대전고검은 스스로를 반성하며 겸허한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검찰업무를 수행했다. 고등검찰청의 검찰시민위원회를 신설해 고검 관내 검사나 4급(서기관)이상 간부들의 비리에 대한 구속여부, 기소여부 등의 결정권을 시민들의 결정에 맡기도록 했다. 관내 2개 지방검찰청과 8개 지청의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국민의 눈높이에서 공정한 사건처리를 끊임없이 강조했고, 검찰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친절교육과 직무감찰을 더 강화했다.”

-검찰조직 개편도 있었고, 여러모로 내부 홍역도 심한 한해였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데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내부적으로 근무기강을 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너진 검찰의 리더십이 바로 서야 하고, 나를 포함한 검찰의 선배들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많이 가지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 없이는 공동체가 유지될 수도 발전할 수도 없다. 검찰의 공정성, 청렴성, 전문성도 확보돼야 한다. 공정성은 수사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이고, 청렴성은 검찰 구성원들의 보다 높은 윤리의식과 그에 따른 생활 속 행위이며, 전문성은 검찰에게 무슨 사건을 맡겨도 확실하게 해결해 낸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정치권력이나 금력, 여론몰이 등으로부터 독립해 제대로 판단하다면 검찰의 신뢰도 회복될 수 있을 거다.”

-언젠가부터 검찰조직이 국민으로부터 ‘정치검찰’이란 비판을 듣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를 치료할 당장의 특효약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수사를 통해 수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현재 검찰에 설치돼 있는 검찰시민위원회를 수사단계별로 활용해 수사착수와 수사종결에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내부의 수평적 의견수렴 과정을 좀 더 강화하는 방법으로 제도적인 개선을 해나가는 것도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건 수사를 책임지고 있는 검사들의 의지의 문제라고 본다. 검사가 출세나 공명심 등으로 어느 정치세력에 줄은 댄다든지 정치적 편향성을 나타내는 일은 있어선 안된다.”

-최근 공안정국이라 할 만큼 관련사건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높다. 검찰이 어떻게 중심잡기를 해나갈지 관심이 모아지는데.

“우리나라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다. 과거 북한은 남침을 시도했고 최근에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났다. 이런 현실 속에서 국가안보는 우리 국민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므로 한 치의 소홀함 없이 다뤄져야 한다. 우리의 생존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유지는 어떤 희생을 치르고 라도 우리가 지켜야할 것이다. 다만 국가안보와 관련된 수사가 정권편향적이라는 오해를 산다면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해 신뢰를 줄 수 없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시절 국가안보를 빙자한 잘못된 수사 사례가 이후 정권의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혔다. 여러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수사를 책임진 검사 개개인의 신념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수많은 직업 중 왜 검사를 선택했나.

“어릴 때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과학자가 되고 싶었고, 한때는 군인이 되려고 육군사관학교에 가려고 한 적도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 무언가 하나에 몰두해 보고 싶었고, 나의 적성과도 맞는 것 같아 일단 사법시험에 도전해 보기로 한 것이 최초의 계기가 된 것 같다. 사법연수원을 다니면서 능동적으로 범죄를 찾아내 범죄자를 처벌하고 사회기강을 세우는 검사라는 직업이 적성에 가장 알맞다는 생각이 들어 검사를 지망하게 됐다. 검사는 이 세상의 현상만이 아닌 이면의 진실을 보아야 하는데 그것이 나는 좋았다.”

-검사철학이 있다면.

“검사는 피해자와 함께 울어야 하고, 범죄를 단죄하되 그도 연약한 인간이기에 늘 불쌍히 여기고 배려해야 한다. 부산에서 있었던 김길태 사건(여중생을 납치 강간해 살해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그의 어린시절 사진을 보며 눈물을 참지 못한 기억이 있다. 그렇게 선량하고 착한 아이가 어떻게 흉악한 범죄자로 변할 수 있었는지, 그의 양부모와 우리 공동체가 좀 더 그를 잘 양육할 수는 없었던 것인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검사는 사회공동체를 지키는 파수꾼으로서 늘 깨어 있어야 하고, 끊임없이 사회현상을 관찰하고 연구해야 한다.”

정리=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대담=박진환 차장(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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