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관 대전지구 청년회의소 前회장

며칠째 계속되는 폭염으로 온 나라가 지쳐 있다.

이럴 땐 시원한 계곡을 찾아 세상사를 잠시 접어 두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예전엔 방송사가 앞 다투어 여름 납량 특집을 꾸미기에 바빴는데 요즘 방송사는 그런 오싹함 정도로는 시청률이 먹혀들지 않는지 로맨스 꾸미기로 무더위 탈출-현실 일탈-을 시도하고 있다. 공포감보다는 달콤함 앞에서 더위도 한풀 꺾여지나 보다. 필자의 학창 시절, 선풍기도 귀했던 그 시대에는 더위와 씨름하는 방법으로 더위를 잊곤 했다. 컴퓨터도 계산기도 없었던 그야말로 척박한 시절에 주산을 앞에 놓고 튕기면서 시간과 싸우며 집념을 불태우다 보면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면서도 마음만은 통쾌한 기분이었다. 아마도 필자와 같은 연배나 한참 위의 선배님들이 쌓아 온 인생 역정은 주변 환경이 어떠한가 운운하기보다는 '제 할 일을 한다'는 식의 과묵한 끈기와 열정으로 점철돼 있을 것이다.

파업에 따른 한국의 손실 노동일 수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111배까지 높고, 2000년대 들어 실질임금 상승률이 생산성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만큼 한국에서 사업하기가 힘들고 노사간의 화합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쉽다는 이야기이다. 춘투에 이어 하투가 벌이지는 현장에서 무엇을 위한 외침이고 구호인가 하는 자괴감마저 들기도 한다. 한쪽에서는 생존권 보장과 이 땅의 노동자로 태어난 주인의식을 강요하는 투쟁의 목소리로 일손을 놓고, 한쪽에서는 낙타가 바늘 구멍 지나기라는 청년 실업자 문제로 연일 몸살을 앓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한국 경제구조에 어떤 쐐기가 필요한 것일까.

노동 운동의 궁극적인 취지는 노사 화합을 통한 양측의 상생의 길을 찾는 데 있다고 본다. 어느 한편의 입장을 강조하다 보면 자연 어긋날 수밖에 없다. 기업이 가야 할 길은 고용주의 이익이나 근로자의 이기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회 환원에 있다.미시적 차원에서 분규와 장기 파업은 당장의 기득권을 획득하는 단기적 승산이지만, 악순환의 고리를 되풀이하는 과정의 연속일 수 있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거시적 안목을 키워야 한다. 기업을 위해 일하거나, 기업은 죽어도 기업주는 살아남는다는 식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으론 더 이상의 노동 손실을 방치할 수 없다. 고객을 위한 서비스 정신과 오늘의 투자와 노동이 내일을 위한 저축이요, 보장이라는 공리적 복지의 개념을 갖고 인식의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기업주는 불법 파업과 부당 해고를 통하여 근로자의 생존권을 압박하는 절대군주 노릇을 해서는 안 되며, 근로자도 생산 경로를 차단하는 불법 파업을 무기로 삼아서는 안 된다. 기업은 투명한 경영을 바탕으로, 근로자는 생산성과 연동된 협상을 통하여 노사간의 합의점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노동 손실이 세계 최고라는 불명예는 이 삼복더위 속에서도 뚝심 있게 일하는 수많은 근로자들을 욕되게 하는 것이며, 최고 학벌 이력서를 들고 고배의 잔을 마셔야 하는 이 땅의 청년 실업자들을 두 번 죽이는 악덕이 아닐 수 없다.

일하는 사회야말로 희망을 말하며 비전(vision)을 밝히는 아름다움이 아니겠는가.기업가는 경영자로서 사회적 책임과 덕목을 실천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를 추구하고, 근로자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부심과 기업이 아닌 고객을 위하여 봉사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

폭염으로 온 나라가 지쳐 가고 있는 요즘 단비처럼 시원한 뉴스는 없을까.

상생의 길을 찾아 일하는 사람이 아름다운 사회가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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