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발명가’ 김태경 씨 물리학 이론·경험 접목
난방기구 ‘미소1호’ 탄생 특허청에 특허등록 마쳐
일반제품과 열 강도 같으나 땔감은 3분의1이면 충분
경로당·화훼농가에 실용적 설치비용 700만원대 충분

▲ 괴짜 발명가 김태경 씨가 "로켓매스히터와 베르뉴의 원리, 사이클론의 원리 등 과학적 원리를 접목한 벽난로를 사용하면 적은 땔감으로도 높은 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며 효율적인 에너지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장수영 기자 furnhanul@cctoday.co.kr

허름한 점퍼에 구멍난 양말, 대충 쓸어 올린 헤어스타일과 머슴같은 행동…….

26일 충북 청원군 오창읍에서 작은 세상을 꿈꾸고 있는 '괴짜 발명가' 김태경(54) 씨의 모습이다. 그는 자신을 ‘상머슴’이라고 소개한다. 발명가도 과학자도 아닌 큰 머슴이고 싶은 것이다. 겉모습은 촌스럽지만 그의 생각은 세련됐고 유명 과학자 못지 않다. 그는 평소 로켓매스히터(연소가스의 흐름을 특정한 통로로 보내는 것)와 베르뉴의 원리(기류 이동 에너지)를 주로 생각한다.

그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물리학 이론을 접목시켜 시골의 작은 연구실에서 난방 기구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전문적으로 과학의 원리를 배우지 못했다. 그러나 '난방 에너지' 부문만큼은 전문가 못지 않다. 그는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원리를 적용하고 상식에서 벗어난 이론을 접목시키다 보니 종종 ‘사기꾼’ 취급을 받는다.

정말 그럴까. 현장에서 본 그의 제품은 과학적이고 실용가치가 매우 뛰어나다. 그가 올해 초 10여년 연구 끝에 탄생시킨 난방 기구 '미소 1호'는 매력적이다. 난방구조의 다양한 과학의 원리를 접목시킨 게 핵심이다. 그러면서 연료 효율을 극대화 시켰다. 특허청도 이를 인정해 지난 10일 특허등록시켰다. 김 씨는 최근 라오스의 한 기업체와 MOU를 체결했다.

사우나 등의 시설에 필요한 '기술지도'를 맡은 것이다. 그는 아시아 뿐만 아니라 벽난로 본거지인 유럽시장까지 공략할 생각이다. 김 씨는 "3년 안에 라오스 정부와 기술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라며 "발명된 이 난방기구는 유럽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가 개발한 미소 1호의 구조는 물리학의 집합체와 같다.

먼저 적정기술(지역 조건에 알맞은 물질)과 함께 로켓매스히터 원리, 베르뉴의 원리를 접목시켰다. 여기에다 사이클론 원리(원심력의 기류 회오리) 등을 더해 열의 상호작용을 높였고, 기류의 이동과 적절한 공기 배합 등 나만의 방식을 추가했다. 한마디로 아궁이 입구를 작게 열어 열을 모았고, 연통 높이를 낮춰 열의 연소를 극대화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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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압차를 이용해 열 에너지 효율을 높인 하향 불꽃방식 난로.
미소 1호의 특징은 난방과 쿡(음식 조리 등), 온돌 축열 등 3가지 기능을 갖췄다. 난방에 필요한 상상속의 기능이 모두 포함된 셈이다. 특히 미소 1호는 참나무는 물론 어떠한 목재도 사용할 수 있다. 공업용 나무나 페인트가 칠해진 나무 등도 미소 1호 앞에서 모두 연소된다.

뿐만 아니라 미소 1호는 '그을음 현상'이 없어 그을음을 많이 내는 소나무도 깨끗하게 잘 태운다. 심지어 나무에 물을 적셔 아궁이에 넣어도 그을음과 연기 등이 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반 난방 제품처럼 열의 강도는 같으면서 땔감은 3분의 1 밖에 들지 않는 게 큰 매력이다.

그는 미소 1호에 이어 '난방 전용 난로'도 개발했다. 난방 전용 난로는 ‘하향 불꽃방식’이다. 이 제품 역시 적은 땔감으로 높은 열을 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 제품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이 제품도 적정기술과 함께 로켓매스히터 원리, 베르뉴의 원리 등이 조합됐다. 민감한 기류 이동을 정확하게 맞추는 게 이 제품의 특징인데, 김 씨의 '노하우'가 없다면 만들 수 없다.

김 씨의 난방기구가 알려지면서 대학 등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씨의 난방기구를 직접 보고 전문 업체 제품과 비교하고 싶다는 것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 난방제품의 상용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경로당이나 화훼농가에 매우 실용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 도내 지역의 경로당 난방비는 5개월(1개월 당 30만원·10월~2월) 간 150만원 수준이다. 150만원도 매우 쌀쌀할 때 보일러를 가동하는 것이어서 난방비는 사실상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김 씨가 개발한 난방 제품은 월 2만원 밖에 들지 않아 10만원이면 겨울 추위를 해결할 수 있다.

경로당의 난방 기계 설치비용은 500만원 안팎이지만 김 씨의 제품은 바닥온돌공사를 포함해 700만원이면 충분하다. 난방과 쿡, 축열 기능을 감안한다면 저렴한 가격이다.

화훼농가들도 요긴하게 쓸 수 있다. 화훼농가 비닐하우스 660㎡(200평) 1개 동에 들어가는 난방비는 겨우내 100만원 안팎이다. 그것도 동해를 막기 위해 저렴하게 가동했을 경우다. 화훼농가 A(45) 씨는 "난방비가 비싸다 보니 전기나 유류는 쓰지 않는다"며 "열효율이 높은 난로가 개발됐다니 하루빨리 상용화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손근선 기자 kk55s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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