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열 대전지법 공주지원 집행관

얼마 전 TV뉴스에서는 태풍이 북상 중이어서 오늘쯤에는 강풍과 함께 전국적으로 400㎜ 이상 많은 비가 내려서 비 피해가 클 것이라며 그 대비를 철저히 하라는 예보를 반복했지만, 아침에 일어나 보니 목포 앞바다로 상륙할 것이라던 태풍은 동지나 해상을 지나오면서 기가 꺾였는지 열대성 저기압으로 변했다고 했다.

그래도 강풍이 몰고 온 후유증으로 비바람이 요란해서 아파트 베란다의 창문들이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드셌다.

봄이 되면 꽃이 피고, 여름이면 비가 오고, 겨울이면 눈이 내리는 것을 바라보고 산다면 마음 편할 일이지만, 몇 날 전부터 태풍이 부느니, 혹한이 다가오느니 하는 소식을 접하게 될 때마다 연약한 인간으로서는 어떻게 해야 좋을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식자우환이라고 걱정거리만 며칠씩 더 끌어안고 살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태풍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라는 정부당국의 재난예보나, 신문·방송의 안내방송을 들었더라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 벌어 먹고사는 서민들로서는 일터로 나가지 않을 수 없고, 일손이 없는 농촌에서는 달리 터진 둑을 막거나 하는 등 어찌할 도리가 없다.

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후 제방이 무너지고, 다리가 떠내려 가고 수많은 인명피해가 생겼더라도 피해조사니, 뭐니 해서 연례행사가 되어 버린 그 대책은 온갖 매스컴을 통해서 전 국민의 성금을 모으는 방송을 전개하고, 또 예산을 책정하여 설계니, 입찰이니 하는 행정절차를 거치느라 차일피일 시간이 지나 또다시 수해를 당할 시기가 되어서야 겨우 복구공사를 시작하게 되니, 결국은 기초공사를 시작하다가 또 피해를 입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예 이런 단편적인 대책보다는 차라리 상습적으로 수해를 입는 저지대 지역 주민들의 집단이주계획을 세운다거나 구렁이 같은 강줄기 때문에 물난리가 반복된다면 직강공사를 해서 물줄기를 바로잡는 그런 본질적인 대책은 세울 수 없는 것일까.

하긴, 치산치수(治山治水)는 제상학(帝上學)이라고,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옛말이 있긴 하다.

그런데 이런 거창한 대책보다는 화천댐이니 하는 다목적 댐에 대한 미덥지 못한 저수용량의 통계들이다. 물론, 처음 댐 공사를 할 당시에야 댐의 폭과 깊이, 그리고 담수면적을 계산하여 산출한 것이니 맞겠지만, 매년 토사가 밀려와서 댐 바닥이 높아지고 있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나, 댐 건설 후 이런 토사가 쌓여 정기적으로 준설한다는 말을 들어본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결국 100만t의 저수용량을 가진 댐이라 해도 몇 년이 지난 후에는 그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일 것이지만, 기계적인 애당초의 저수용량만 기초로 한 수해대책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숫자놀음인지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오래 전에 읽은 '톰소여의 모험'이라는 소설에서 아이들이 어른들 몰래 배를 타고 강가의 섬으로 놀러간 것을 마을 어른들은 아이들이 익사한 줄로 알고 강물을 향해서 대포를 쏜다는 구절이 생각난다.

강바닥을 향해서 대포를 쏘면 그 위력으로 강바닥에 가라앉은 시체들을 떠오르게 한다는 것인데, 요즘은 사회 저명인사들의 새로운 풍조가 되다시피 한 한강 투신 사체가 며칠씩 지나서야 발견되는 것을 생각하면 허투로 흘려버릴 구절이 아닌 것 같다. 게다가 한강이든 팔당, 화천, 대청댐이든 매년 대포를 몇 방씩 쏘아서라도 쌓인 토사를 떠오르게 하여 방류하거나 부유물들을 수거하는 대책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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