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외부일정 없이 '천막'서 정국대응방안 구상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내란음모 혐의를 받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요구서 처리 문제의 조기매듭을 주도하면서 한때 흔들리던 리더십을 다시 구축해가는 모양새이다.

김 대표는 지난 5·4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표차로 당선, 당내 전면적 세력교체를 이뤄냈지만 국정원·대화록 국면 과정에서 친노(친노무현)·구주류의 강공에 휘둘려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이 의원 사태가 터지자마자 "충격적 사건"이라며 규정한데 이어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세력과 단호히 결별해야 한다" 등의 강경발언을 연일 쏟아내며 종북세력과의 선긋기에 서둘러 나섰다.

4일에는 의원총회 직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의 이날 처리 입장을 발표, 신중론을 제기했던 강경파의 '딴 목소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며 이번 사태 대응을 둘러싼 당내 혼선을 정리했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털고 가지 않으면 종북세력 감싸기라는 여권의 프레임에 두고두고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이석기 사태의 대응 과정에서 국민의 상식에 입각, 일관되고 확고한 태도를 보였다"며 "김한길 체제에서 변화된 당의 모습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앞서 김 대표는 당 혁신 작업의 일환으로 중앙당 슬림화 및 당사 이전,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당 상징색 바꾸기 등을 진행해 왔다. 당내 일각에선 반발도 있었지만 '독한 혁신'을 내세워 밀어붙였다.

장외투쟁을 총지휘하면서 구심점을 보다 공고히 했다는 평가도 내부에서 나온다. 그러나 한달여째 '광장'을 지키고 있는 김 대표가 처한 여건은 녹록지 않다. 일찌감치 박근혜 대통령에게 단독회담을 제안했지만 '화답'을 얻어내지 못하는 등 장외투쟁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원내외병행 투쟁 방침을 계속 밝히고 있으나 전면적 국회 등원의 모멘텀은 찾지 못하면서 제1야당이 국회를 버렸다는 여론에도 직면한 상태이다.

특히 체포동의요구서가 처리된만큼 국정원 개혁 문제를 재점화, 장외 동력을 회복한다는 방침이지만 '이석기 사태'의 충격파에 묻혀 이렇다할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노숙투쟁에 들어간 김 대표는 이 의원 체포동의요구서가 처리된 다음날인 5일 외부일정을 일절 잡지 않은 채 천막에서 향후 정국 대응에 대한 구상에 들어갔다. 그만큼 고민이 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정원 개혁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대를 넓혀가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현 상황을 풀 수 있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 밖에 없다"며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에 돌아온 뒤 어떤 식으로든 답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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