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학교 이계호 교수 ‘태초먹거리학교’ 운영
대전·옥천 태초먹거리학교 운영...이론과 체험 통한 건강정보 제공
올바른 먹거리 유치원 강의 계획...8월 전국 ‘먹거리 리더’ 양성도

“우리 몸에 매일매일 암세포가 생성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면역세포가 왕성하면 그날그날 암세포를 공격해 청소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암세포는 자리를 잡고 똬리를 튼 후 성장해 5~30년 후 ‘본색’을 드러냅니다. 그때부터 통증이 시작되는 겁니다.”

이런 섬뜩한 얘기를 하며 건강 챙기기를 당부하는 사람은 의사가 아닌 충남대 화학과 이계호 교수. 이 교수는 50대 중반에 딸을 잃은 아픔을 다시는 다른 사람들이 겪지 않게 하려고 건강전도사로 거듭났다.

한창 꽃 같은 나이 20대 초반 그의 딸은 대학 재학 중인 2006년 유방암 판정을 받게 된다. 이후 암조직 절제 수술과 고통스런 방사선 치료 등을 마치고 복학했다. 하지만 미술대 특성상 졸업작품 준비 등 조여오는 일정에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던 딸은 어느 날 통증으로 병원을 다시 찾게 된다. 결과는 암 재발. 그리고 그렇게 속절없이 암 발병 3년만에 그의 곁을 떠났다.

상심에 찬 이 교수의 뇌리엔 암 치료를 마친 딸을 왜 제대로 챙기지 못했을까 하는 죄책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단지 암 치료가 끝났다고 딸을 일반인과 똑같이 생활하게 방치한 자신을 자책하면서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건강을 더 챙겨주고, 더 잔소리하고 했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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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초먹거리학교를 운영하는 충남대 이계호 교수가 암치료 후 면역력 회복을 위한 먹거리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금쪽같은 딸이 세상을 떠나다

이런 와중에 문득 이 교수는 자신의 딸과 같이 암치료 후 면역력 회복을 위한 먹거리 등 섭생을 챙기지 않고 방심하다 세상을 떠날 많은 이들이 떠올랐다.

“환자들은 집으로 돌아온 후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무슨 민간요법이 좋다, 무슨 약이 좋다’ 등 인터넷 정보 홍수에 기대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됩니다. 그러다 건강이 더 악화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그 때부터 딸과 같은 환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암치료 후 면역력 회복 등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암의 가장 큰 원인인 먹거리로 그의 관심이 옮겨갔다. 그 후로부터 1년이 지난 2010년, 충북 옥천에 암 치료를 받은 환자의 회복을 돌봐주는 보금자리가 들어섰다. 바로 ‘태초먹거리학교’이다.

처음엔 수강생 중 암환자가 대다수였지만 지금은 절반 정도가 일반인이다. 또한 거리상 제약으로 옥천을 찾기 힘든 이들을 위해 대전 유성 반석동에도 먹거리학교를 열어 운영 중이다.

“암의 원인 중 35%가 음식입니다. 건강은 우리 입으로 뭐가 들어가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몸에 좋지 않은 식품이 들어가면 탈이 나고, 자연 그대로의 식품을 섭취하면 튼튼해지는 것이죠. 그렇게 많이 우리가 걱정하는 술·담배도 음식보다 중요하진 않아요.”

◆태초먹거리학교를 열다

자연 그대로의 음식, 태초먹거리가 우리 몸에 가장 잘맞아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학교를 열고 강의를 시작했다. 어떤 음식이 몸에 좋고, 어떤 음식이 몸에 나쁜지를 이론과 음식체험 등을 통해 환자 등 수강생들에게 알렸다.

“소비자들은 하얗고 둥그렇게 잘생긴 복숭아를 원합니다. 그래서 농부들은 나무에 매달린 복숭아에 봉지를 씌우죠. 그래야 먹음직스런 복숭아로 자라날 테니까요. 과연 영양 면에서도 그럴까요.”

대답은 정 반대다. 봉지를 안 씌우고 햇볕을 받으면서 자란 복숭아가 벌레도 먹고 울퉁불퉁 못생겼지만 영양 면에서는 허연 복숭아 보다 20배나 높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는 겉은 울긋불긋하고 못생겼어도 자연상태로 자란 복숭아 1개를 먹으면 봉지를 씌운 잘 생긴 복숭아 20개를 먹는 것과 같다는 것. 결국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어야 생산자인 농민도 바뀐단다. 가뜩이나 농촌엔 일손이 달려 봉지 씌울 인력도 없는데 영양가 떨어뜨리는 이런 행위를 이젠 그만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병충해 방지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엔 수확량이 좀 떨어져도 섭취하는 영양을 고려하면 결코 밑지는 게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다.

화학과 교수이자 음식·농약 등 성분 분석을 하는 분석기술연구소 대표이기도 한 이 교수는 이런 걸 모르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혀를 찼다. 그래서 태초먹거리학교를 열고 먹거리에 대한 일반인들의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기 위해 나선 것.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잘못된 상식을 바꾸면 농작물 생산자인 농민들의 인식도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오이만 해도 그렇다. 일자로 잘빠진 게 최상품이라고 주부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좀 틀어지고 휘어진 것과 영양 측면에서 별반 다를 게 없단다. 그런데 일자로 빠진 상품만 찾다보니 수요가 달려 가격만 오르고 농민들은 농민대로 힘들다는 것.

이런 먹거리 세태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제 바뀌어야 할 때가 됐단다. 진정 우리 몸에 무엇이 좋은지를 알아야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기성세대는 그렇다고 쳐도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먹거리 습관을 만들어 주는 게 어른들의 숙제라고 그는 말한다.

“성과 지상주의, 출세 지상주의 속에 우리 아이들이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초등학교때부터 모든 것이 수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먹이고 있습니까. 햄버거 등 인스턴트 식품 일색이죠. 정말 안타깝습니다.”

◆먹거리습관이 건강 좌우

성적 스트레스에 인스턴트 식품에, 그들이 어른이 되면 우리나라는 아마 환자 천지가 될 거라면서 그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암환자 중 젊은 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습니까. 더 늦기전에 먹거리에 대한 아이들의 습관을 바꾸어 줘야 합니다.”

그렇다고 먹거리태초학교에서 건강을 위해 먹거리만을 챙기지는 않는다. 스트레스로 가득한 사회에서 건강을 지키기 위한 조언도 함께 한다.

“일상생활 중에 어떤 때는 몸이 처지고 깔아집니다. 이는 곧 쉬어가라는 신체의 경고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를 무시하고 술·담배에 의지하면서 내달립니다. 그렇다고 당장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게 누적되면 종국에 사단이 납니다.” 잠깐이지만 쉬어가라는 몸의 경고가 나타나면 ‘순간의 여유’를 갖고 일상을 한 템포 늦추라는 것.

잠깐의 명상도 좋고 스트레칭도 좋다. 요즘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힐링’과 일맥상통한다. 몸과 마음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건강을 유지시키기 때문에 이 중 하나라도 탈이 나면 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건강 잃으면 모든 게 부질없다

돈도 많이 벌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고위직에 오른 이들이 암 등 질병으로 쓰러지는 현실을 보면 다 부질없단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진부한 얘기가 새롭게 다가온다.

“OECD국 중 자살률, 양주 소비량 등 안 좋은 것은 모두 1위입니다. 출산율은 꼴찌이고요. 이런 수치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살기 각박한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척박한 환경이 곧 질병으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엔 1년에 20만명의 암환자가 발생하고 그 중 7만명이 사망하는데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할 경우 3명 중 1명은 암에 걸린다고 말한다. “암 발병 후 환자 치료에만 의료정책의 초점이 맞춰있고 예방이나 치료 후 면역력 회복 등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고 있습니다. 보험혜택도 확대하고 의료기술은 발달하는데 왜 암환자는 매년 늘어날까요.”

이 대목서 이 교수의 언성이 좀 높아졌다. 5년 생존율 등만 내세우는 의료정책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아닌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먹거리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각인시켜 줘야 향후 건강한 사회가 될수 있단다. 그렇지 않고 이대로 방치하면 암환자 치료에 의료보험 재정은 머지않아 바닥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치료비용 일부라도 예방이나 수술 후 회복 등에 투입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붇기 식의 의료재정 적자는 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암 예방-치료-관리가 삼위일체가 돼야 한다는 것.

그래서 유치원 원장 등을 대상으로 먹거리 강의를 계획 중이다. 유치원을 통해 올바른 먹거리문화가 정착되면 어린이 건강뿐 아니라 부모들의 인식도 자연스럽게 바뀔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먹거리운동, 사회운동으로…

또 전국적으로 많은 강의를 다니고 싶어도 교수 신분상 시간 제약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해낸 게 ‘먹거리리더 양성’이다. 내달부터 서울·경기지역부터 시작해 전국에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올바른 먹거리문화를 ‘전도’할 지도자를 길러낸다는 것. 이렇게 되면 이를 시발점으로 태초먹거리 문화가 전국에 들불처럼 번질 것이라는 희망감에 부풀어 있다.

“일종의 먹거리 사회운동입니다. 환경이나 노동운동처럼 먹거리도 사회적으로 이슈화돼 건강을 챙길 수만 있다면 더는 바랄 게 없습니다.”

글·사진=황천규 기자 hc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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