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Big)3로 중앙정계 화려한 복귀 이완구 국회의원
당선 100일 … ‘큰정치’ 의미는
과거보다 정치가 더 잘 보인다 아마 연륜·경륜이 쌓여서일듯

▲ 이완구 의원(왼쪽)이 김승한 논설실장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정치일정에 대해 밝히고 있다.

새누리당 이완구 국회의원(부여·청양)은 지난 4월 재선거를 앞두고 출마의 변을 통해 '큰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곤 김무성, 안철수 의원과 함께 이른바 '빅3'로 정치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가 그리는 큰 정치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국민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보면 무방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답이 포괄적이지만 당권, 대권을 염두에 둔 포석임이 분명해 보였다. "머릿속이 복잡하면 큰일을 못 한다"거나 "정치적 승부수를 띄어보고 싶다"는 말에서 큰 정치를 향한 강한 도전정신을 읽을 수 있었다. "지역발전이 획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한 획을 긋고 싶다"며 여전한 애향심을 내비쳤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지 벌써 100일이 다 돼 간다. 과거 15·16대 국회의원 시절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이라면.

"벌써 100일이 다 돼 간다니 시간이 참 빠르다. 과거보다는 정치가 좀 더 잘 보인다. 또 마주하는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남보다 낮춰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더라. 이런 것을 연륜, 경륜이라고 하나보다(웃음)."

-당선과 거의 동시에 부여·청양 지역 LH 임대주택건설과 도시가스 공급 확대 등 초대형 공약 두 건을 해결했다. 이런 추진력의 원천은 무엇인가.

"이미 선거 전에 준비해 둔 사안이었기 때문에 당선되자마자 바로 추진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중앙정부에서 저에 대한 정치적 평가를 어느 정도 의식하지 않았나 싶다. 수년간 표류하던 지역사업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었던 건 그런 부분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 같다."

-그동안 여러 차례 선거를 치르는 과정을 쭉 지켜봤다. 그런데 4·24재선거에서는 과거 선거 방식과 좀 다르다는 걸 느꼈다.

"지난 4월 선거를 치르면서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전국을 봤다'는 점이다. 부여·청양만 본 게 아니라 넓게 보면서 선거를 치렀다. 부여·청양과 관련된 11개의 공약은 언뜻 보기엔 적다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부여·청양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굵직한 공약이다. 예전과 달리 수십 가지를 약속하기보다는 크고 중요한 공약을 주로 제시하면서 '큰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 말 속에는 국민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의미가 담겨있고 보면 될 것이다."

-이른바 '빅(Big)3'라는 타이틀로 중앙 정계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새누리당 김무성·무소속 안철수 의원과 함께 그렇게 붙여준 것 같다. 언론이 저를 비롯한 재보선 당선 의원들에게 '빅'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부각시키는 것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저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지난 4월 출마 당시 큰 정치를 펼치겠다고 공약한 만큼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 의원이 생각하는 '큰 정치'는.

"저도 이제 귀가 순해져서 세상을 차분하게 살아간다는 이순(耳順)이 넘었다.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길게 잡아야 5~6년 남짓일 것이다. 그 사이에 우선 남북관계가 잘 됐으면 좋겠고, 그렇게 되도록 기여하고 싶다. 또 마지막일지도 모를 '정치적 승부수'를 띄워보고 싶다. 항상 홀대받는 느낌의 충청권을 발전시키기 위해 한 몫 하고 싶다. 저를 이만큼 키워준 지역을 위해 획기적인 발전 등 한 획을 긋고 싶기도 하다."

-얼마전 한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새누리당 차기 지도자 적합도에서 상위 5위권에 포함됐다.

"전국에 널리 퍼져 있는 많은 충청인의 기대가 컸던 것이 일정 부분 반영되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 자화자찬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제 정치적 경력이나 결단성 등의 모습을 좋게 봐주는 국민과 충청권의 기대치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재보선 동기이자 야권 정계개편의 한 축으로 꼽히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안 의원은 순수한 사람이다. 그 말은 역설적이지만 정치적 내공은 많지 않다는 뜻이다. 국민이 안 의원의 순수한 모습을 좋아하기 때문에 높은 지지도를 얻는 것이다. 기성 정치인의 불신이 작년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나지 않았나. '안철수 현상'을 누리고 있는 사람은 바로 안 의원 자신이다. 하지만 마냥 (안철수 현상의 이득을) 누리고만 있다면 국민이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지지도를 바탕으로 새 정치의 실체와 관련 프로그램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철수 현상은 얼마 가지 못해 물거품이 될 것으로 본다. 개인적으로는 안 의원의 순수함을 인정하고 좋아한다."

-정치권에서 이 의원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되는데.

"다른 분들이 저를 싫어한다기보단 질투나 시샘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건 사람이 사는 어느 사회에서나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지 않나. 그 정도는 헤쳐 나가야 큰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뿐, 별로 개의치 않는다."

-아울러 최근 일부 정치인들이 지역 현안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와 함께 "충남지사 자리를 과감히 버린 이 의원 같은 정치인이 왜 나오지 않느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이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해 충남도지사직을 사퇴했다.)

"'내가 (지사직을 버리는 등) 이렇게 했으니 남들도 나처럼 이렇게 해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다만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지나치게 계산하는 정치인은 큰일을 못한다."

-지역에서 '인물'을 키우지 않는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자. 선배들이 인재를 키우려 하지 않는 것은 결국 키워줄 만한 인재가 없기 때문이지 않겠나. 솔직히 지역민이 '이 사람은 큰 인물로 키워야 한다'고 느낄 만큼 노력하는 능력 있는 인재가 없기 때문에 충청도에서 '큰 인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역을 위해 봉사할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지역에서 '키워줘야 해'라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 뛰어야 한다. 자기가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지역민이 힘을 실어줄 것이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선거는 남의 도움 10%와 자신의 능력 90%로 당락이 결정된다. 후보자 본인이 잘해야 한다. 새누리당 후보가 되길 희망하는 분들은 스스로 행동을 잘해서 자연히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 재임 시절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측 대표로 북한에 다녀온 바 있다. 그 때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번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스탠스는 더하거나 덜거나 할 것이 없는 '모범답안'이다. 2000년 당시 제 경험에 비춰봤을 때 지금처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지금 확실하게 하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지방공약 이행계획과 관련 지역 공약사업이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축소는 언론의 표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공약을 100% 지킬 수 없다는 것은 국민이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다만 '우리 지역 공약만은 모두 다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무차별적인 지역공약 축소보다는 합리적인 조절이 이뤄지리라 예상한다."

-박근혜 대통령하고는 잘 통하나.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축하전화도 주셨다.”

-마지막으로 지역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 돌아온 저를 재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 지역의 과분한 사랑에 감사할 따름이다.(이 의원은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골수종으로 한동안 투병생활을 했다.) 이제 정말 정열적이고 헌신적으로 바른 마음을 갖고 국가에 봉사하고 싶다.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

정리=이병욱 기자 shoda@cctoday.co.kr

이완구 국회의원 프로필

△1950년 충남 홍성 출생 △성균관대 행정학과 △미시건주립대 대학원 △행정고시 15회 △경제기획원 사무관 △미국 LA한국총영사관 △충북지방경찰청장 △충남지방경찰청장 △15·16대 국회의원 △미국 UCLA대학 교환교수 △충남도지사 △19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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