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가혹행위 아기 뇌사사건 일파만파
충북도 여파 … 맞벌이 부부 불안감 호소
교사 선물공세·식사대접 등 부작용 속출

두 살배기 아들을 두고 있는 주부 김모(32) 씨는 지난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2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1장을 샀다.

‘친구들과 잘 놀다가도 심술이 나면 마구 꼬집네요’.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아들의 알림장에 쓴 글귀를 보고 김 씨는 내내 마음이 걸렸다.

호주머니 사정이 어렵지만 혹여나 교사가 아들을 때리거나 소홀히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큰 맘 먹고 선물했다.

맞벌이 하는 공무원 신모(34) 씨도 세살 난 딸을 어린이집 종일반에 맡기고 있다. 스승의 날을 그냥 지나친 그는 뉴스를 통해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어린이집 아기 뇌사사건’ 소식을 접했다.

신 씨는 부리나케 3만원 상당의 버섯선물세트 5개를 사서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 4명에게 줬다. 원장과 교사들과의 식사 약속까지 정한 그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경남 창원의 한 어린이집에서 생후 6개월 된 아이가 갑자기 뇌사상태에 빠지는 사건의 여파가 충북에까지 미치고 있다.

‘아기 뇌사사건’ 소식이 연일 매스컴에 나오면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부모들의 불안감이 여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밉보이지 않을까’ 하는 지나친 ‘기우’ 때문에 선물 공세 등의 부작용까지 속출하고 있다. 부모들의 이런 막연한 불안심리는 도내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안전사고, 아동학대와 무관치 않다.

올 들어 충북에서는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아동 폭행, 통학차량 운전자 부주의로 인한 원생 사망사고가 잇따라 터졌다.

지난 3월26일 오전 9시10분경 청주시 흥덕구 산남동의 한 어린이집 앞 도로에서 25인승 통학버스 뒷바퀴에 이 어린이집 원생 A(4) 양이 치여 숨졌다. 버스에는 운전기사 외에 보조교사도 타고 있었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

도로교통법상 어린이 보호차량은 보조교사가 원생들의 안전을 확인해야 하고 보조교사가 없을 때는 운전자가 원생들을 챙겨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유형의 사고는 지난해 9월 이후 청주에서만 3차례 발생했다.

보육교사 등에 의한 아동 학대도 심각하다. 지난 1월 청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네 살배기 사내아이를 훈계하다가 마구 폭행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원장과 보육교사가 경찰에 입건됐다.

22일 굿네이버스 충북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에서 신고된 아동학대는 648건이다. 이 가운데 437건이 아동학대로 최종 판정됐다. 2011년에는 624건이 접수, 1년 새 3.8% 증가했다.

과거보다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경찰에 의한 신고율이 높아진 게 증가 요인이라고 이 기관은 분석했다.

이 기관 서금희 팀장은 “전국적으로 신고의무자의 신고율이 37%로 나타났다. 신고의무자의 인식개선이 절실한 대목”이라면서 “신고의무자가 아동학대 사실을 알고도 감추면 300만원 미만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팀장은 “지난해 8월 아동복지법이 개정됐고 아동학대에 대한 특례법 제정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교육과 캠페인을 통한 일반인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한데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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