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영화지만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펙이 주연한 '로마의 휴일'은 어쩌다 TV에서 다시 방영해도 가슴에 짠한 감동을 준다.

특히 앤 공주(헵번)가 트레비 분수에서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를 자르는 장면은 참으로 풋풋함이 묻어나는 장면이다. 지금도 이곳 트레비 분수에는 언제나 관광객들로 북적댄다.

또한 이 분수에 오면 누구나 동전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번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오고 두 번 던지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전설이 있어 관광객들로 하여금 그 장난스러운 전설대로 동전을 던지게 하는데 하루에 자그마치 300만원 상당이 된다는 것. 이 모아진 동전은 가톨릭 기구에서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한다.

과연 로마에 다시 오고 싶은 소원으로 동전을 던지게 할 만큼 '명품(名品)'으로의 콘텐츠를 갖고 있는가? 그렇다. 바로 이 트레비 분수만 해도 1732년에 니콜라 살비라는 설계사에 의해 30년이라는 긴 공정 끝에 이루어진 세계 도시의 분수 가운데 가장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공사기간은 30년이지만 이 분수의 건설을 위한 준비 단계부터 계산하면 200년이 걸린 작품이다.

로마의 명품들은 이렇듯 긴 세월을 먹고 탄생한 것들이다.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로마의 도로 역시 세계적인 명품이다. 세계 최초로 돌을 이용한 포장도로를 건설한 것도 로마인데 로마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 연결되는 간선도로가 9만㎞나 되며 지선도로까지 하면 30만㎞나 된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미 그 옛날 도로를 건설할 때 건설 책임자의 이름을 따서 도로명을 붙였다는 것이다. 이렇듯 책임과 명예를 부여하며 도로 건설을 매우 중요시 했던 것. 물론 이 엄청난 토목공사는 수만 명 노예의 희생이 뒤따랐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칼을 든 용맹스런 검투사들, 그리고 수십 마리 사자가 동시에 입장하여 청중들을 흥분케 했던 콜로세움도 하루아침에 세워진 것들이 아니다. 심지어 대중목욕탕, 화장실, 상수도관에 이르기까지 '명품 로마'를 이루고 있는 것들이 단번에 '붕어빵' 찍어 내듯 이룩된 것은 하나도 없다.

천신만고 끝에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한지 10개월로 접어들고 있다. 물론 정부청사 건물은 좀 더 일찍 시작했지만 불과 2년여의 세월이 흘렀을 뿐인데 많은 사람들이 조급하게도 세종시 전체를 빨리 보고 싶어 한다.

세종시의 랜드마크가 될 중앙호수공원만 해도 벌써부터 매일 관람객들이 찾아오지만 아직은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확실히 중앙호수공원은 로마의 트레비 분수 같은 세계적인 명품이 될 수 있다. 언제? 축구장 62개 크기의 너비, 5개의 인공섬, 그것들을 에워싼 수목원과 걸어서 다 돌아볼 수 있는 박물관, 도서관, 대통령 기록관, 자연사 박물관 등이 들어서서 호수에 그 그림자를 들어내기 시작할 때다.

3~4년만 기다리면 서서히 세종시는 세계 20대 명품도시의 하나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지금은 서울에서 내려온 중앙부처 공무원들 역시 주택, 교통, 음식점과 편의시설 등 불편해하지만 그때 가서는 이곳에 정주하게 된 것을 축복으로 생각할 것이다.

우리 모두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룩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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