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자 前 대전시 복지국장

요즘 청년 실업 증가, 물가 상승 등 경제의 어려움으로 누구나 한번쯤 푸념을 하게 된다. 어느 음식점에서 몇몇이 앉아서 이런 말을 내뱉던 말이 실감난다.

"양심은 일찍이 포탄에 맞아 병신이 되고, 신의는 요즘 총살당했어." "그러니 돈버는 거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있으면 다돼."

이 말은 그냥 스쳐 버리기에는 너무 서글픈 소리다.

우리나라도 이제 어느 시대보다도 풍요를 누리고 사는데 그게 무슨 미친 소리냐고 하겠지만 사실 양심이니 신의니 운운하는 것이 마치 얼빠진 넋두리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수단과 방법을 최상의 무기로 삼아 돈을 모으는 사람, 스승과 제자와의 상호 불신, 사회 계층간의 갈등, 극도의 이기주의, 상도의 타락 등 어디에서나 양심이란 찾을 길이 없고 무엇 하나 믿을 것이 없다.

마치 오늘의 우리는 구멍 뚫린 불신이란 배를 타고 거짓이란 돛대에 의지해서 망망대해를 건너가는 것과도 같은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비유해도 지나침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이러한 위태로움과 두려움 속에서 영영 헤어날 수 없는 것일까.

숙명이라고 체념하고 말기에는 너무 엄청난 비극이다.

그러나 양심과 신의의 그 아름다움을 되찾아보려는 우리의 목마른 외침과 정성이 남아 있는 한 언젠가는 우리 앞에 그 참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 참모습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지나친 탐욕과 이기심에 사로잡혀 자신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 혼자 고립해서 존립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거늘 아무리 부를 누리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남이 있으니까 내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과 자세를 지닌다면 자연히 신의는 다가설 것이다.

자기 본위의 이기심을 자제하고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할 줄 알고 사회 전체를 의식해서 행동할 줄 알아야 한다. 나만을 위해 살아갈 수 없다. 모두 함께 바르게 살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긴 안목을 지녀야 한다. 당장 코앞만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벗어나야 한다. 당장 돈만 벌 수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고 앞으로야 어떻게 되든 생각하지 않는 사고방식은 무서운 일이다.

오늘 하나의 불신이 내일 열의 악을 몰고 오게 되며 오늘 하나의 신의가 내일 백의 아름다움으로 돌아온다는 이치는 너무나 명백하지만 이것을 멀리하려 드는 것이 오늘의 인간심리인 것 같다. 그러나 오늘에만 집착하지 말고 먼 앞날을 넓게 바라보고 처신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항상 앞을 내다보고 생각하며 어리석은 사람은 코앞만 보고 당장 즐거움밖에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오늘만을 생각하는 사고는 자칫 장래를 병들게 하고 망치는 근원이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만일 지도자라고 자처하는 사람이 국민 앞에 호소하면서 맹서를 해 놓고 얼마 안 가서 뒤엎는 일이 있다고 한다면 이 역시 코앞만 생각하는 것으로서 무서운 일이다. 공약은 공약으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불신의 씨앗이 되고 불행을 몰고 오게 된다. 크메르나 월남의 패망이 우리에게 산 교훈이다. 그들이 패망하게 된 근원은 군사력의 약세도 아니고 가난도 아니다. 바로 믿을 수 없는 정부, 믿을 수 없는 불신사회 바로 그것이었다.

우리는 이 점 깊이 새기어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망국풍조를 물리쳐 양심과 신의를 소생시켜야 한다. 선을 결코 악의 수단에서 탄생할 수 없다는 말과 같이 이 평범한 진리를 다시 음미하면서 목마른 사슴처럼 길게 고개를 늘어뜨리고 거짓없는 사회, 믿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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