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학 서산상공회의소 회장

“땡그랑 땡그랑”

거리를 지나면서 한 번쯤은 들어 귀에 익숙한 소리일 것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나타나서 겨울이 왔음을 그리고 한해를 잘 마무리하라는 소리로 들린다.

필자는 우리 주변에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작은 소망으로 자선냄비나 소소한 기부행사에 몇 회가 되던 금액에 관계없이 지갑을 열어왔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기업경영실사지수를 보면서 서산상공회의소 회장이라는 무거운 자리에 비해 어려운 기업들을 돕기에는 미력한 필자의 처지와 능력에 전전반측(輾轉反側) 고민이 크다.

마음 같아서는 기업들을 돕기 위한 자선냄비를 등에 메고 큰 길 한복판이라도 나가 보고 싶지만 기업의 경기라는 것이 구세군 자선냄비와 같은 기부로 좋아질 리 없기에 마음을 가다듬고 ‘묘책이 없는가?’ 다시 전전긍긍하기 일쑤다.

2012년 12월 종합경기전망은 82.0으로 KIKO사태, 엔화대출 사태 등으로 글로벌 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 이후 3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 기업의 대표이자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 몸이다 보니, 우려되는 현실 상황이 이렇듯 정확한 수치로 인쇄화 된 지면을 맞이하면 긴 한 숨에 온 몸의 기가 빠져나가는 듯하다.

돌아보면 1998년 IMF 위기, 2002년 벤처 버블의 몰락에서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또 많은 실업자들이 양산되었다.

신문 지면은 연일 대한민국의 끝없는 추락을 보도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이런 암울한 위기 상황을 극복했던 힘은 국민 개개인의 의지와 기업인들이 보여준 신념과 기본에 충실한 경영이었다.

또한 위기 때마다 저명한 경제·경영계의 학자들도 새로운 이론과 분석보다는 ‘Back to the basic(기본으로 돌아가자)’을 외치며 기업인들에게 튼튼한 기초를 다지는 경영을 주문해 왔다.

오랜 기간 기업을 경영해 온 경영자라면, 느닷없는 ‘백마 탄 초인’의 등장으로 경제가 활성화되고, 기업의 경영환경이 일순에 활로에 오르는 것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다.

모든 변환의 동인은 나 자신, 기업 내부에 있으며, 이러한 에너지는 차근차근 기초를 쌓아가고 기본에 충실한 정도경영을 통해 표출될 때 어떠한 외부환경에도 휘둘리지 않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수많은 기업들을 관찰하며 얻은 교훈이라면 실패한 사람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고,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인간에게 영혼이 있듯이, 기업에도 영혼은 존재한다고 믿는다.

기업의 마인드가 일희일비하지 않는 진중함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무리 암울한 시기라도 다가올 미래에 대해 낙천과 희망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모두가 어렵다고 생각하면 어려워지는 것이고 모두가 괜찮다고 하면 괜찮아지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자기최면을 걸어 2013년에는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나아진다고 굳게 믿고 웃는 얼굴로 새해를 맞이했으면 좋겠다.

또 한해가 저물고 있다.

남에게 원망을 산적은 없는지 혹은 직장동료에게 분노를 불러일으킨 적은 없는지 그리고 내 가족에게 서운함을 주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고, 2012년의 안 좋은 추억은 다 묻고 보내길 바란다.

새해는 모두의 가정에 사랑이 충만하고 하시는 일에 행운이 가득하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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