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세 고령에도 '죽기 살기로' 열정
본능적 야구 감각과 카리스마로 충청도 양반들 '승부 근성' 키우길

올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SK를 꺾고 삼성 라이온스가 작년에 이어 2연패 승리로 막을 내렸다. 대통령 선거보다 젊은이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끌었던 야구 시리즈. 이런 가운데 '근성 강한 승부사' 또는 큰 덩치와 느린 움직임 때문에 '코끼리 감독'의 별명을 갖고 있는 김응용 야구감독이 지난 10월 15일 충청도를 연고지로 하고 있는 한화 이글스 야전사령관으로 취임했다.

광주의 해태 타이거즈 감독을 거쳐 대구의 삼성 라이온스를 끝으로 은퇴를 했던 김감독인데 이번 한화 감독을 맡게 됨으로써 영·호남·충청을 모두 거치는 기록을 세운 셈이다. 그것도 나이 71세 고령으로.

하지만 취임하자마자 칠순을 넘긴 '할아버지 감독' 답지 않게 열정을 쏟아내고 있어 역시 '김응용'은 죽지 않고 살아 있음을 실감케 한다. 1·4후퇴 때 이북에서 부산으로 피난 온 그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 60년 가까이를 야구와 함께 살아온 그야말로 '야구 인생'.

야구 명문 부산상고 3년 내내 전국대회 4강에 이르는 등 야구인생을 달려온 그는 61년에는 국가대표로 선발되었고 64년 한일은행 실업팀 선수, 그리고 마침내 77년부터 감독의 지휘봉을 잡았다. 해태 감독시절 한국시리즈 우승을 9회나 차지했고 삼성으로 자리를 옮기고서도 우리 야구사상 처음으로 10회에 걸쳐 승리를 안기는 사령관이 되었다. 2004년 감독에서 물러나 구단 사장이 되었으나 현장을 떠나지 않고 젊은 선수들과 어울렸다. 그리고 마침내 2010년 사장에서도 물러나 영영 야구와 이별하는가 했는데 이번에 다시 한화 이글스의 감독으로 귀환한 것.

처음 한화 측에서 김 감독을 접촉했을 때 고령으로 건강을 걱정했었으나 한화 이글스의 취약점을 예리하게 분석할 뿐 아니라 대안까지도 제시하자 덥석 손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야구에 대해서 김 감독은 현장 감각이 강했고 젊은 감독 못지않은 열정이 있더라는 것이다. 특히 그가 선수나 코칭스태프와의 소통에도 뛰어났고 소통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시합에서 승리로 이끄는 것은 바로 선수들이라는 인식을 함께 하는 것. 누구보다 많은 승리와 경륜의 스펙을 쌓아 온 김 감독은 그래서 나름의 카리스마를 발산하고 있다.

한화 감독이 되고서 대전 구장을 돌아보고 제1의 일성이 운동장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의 말이 떨어지자 즉시 모든 검토가 진행되는 것도 그런 카리스마에서 나오는 것 같다.

사실 대전 구장은 재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타석에서 펜스까지의 거리가 114m밖에 되지 않아 담장을 넘기는 바람에 야구의 본질적 맛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125m만 돼도 좌석은 조금 줄어드는 대신 재미를 느끼는 관중은 늘어나 오히려 마케팅에서도 수입이 늘 것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나는 그가 어느 인터뷰에서 ('양반의 고장'답게 충청도 선수들의 부족한 승부 기질) 근성을 길러야 한다고 한 말에 크게 공감한다. 광주나 대구 선수들이 갖고 있는 '죽기 살기로' 정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는 김응용 감독이 갖고 있는 코끼리 같은 뚝심의 야구 철학에 공감하고 그의 경륜과 리더십을 존경하며 내년에 보여줄 그의 실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더욱 그의 나이 71세 고령에도 지치지 않는 열정에서 많은 것을 얻고자 한다. 첫째 젊은 세대에게는 꿈과 희망을, 둘째 나이 먹은 세대에게는 인생의 열정이야 말로 소중한 자산임을 교훈적으로 보여 주는 것.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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