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부署 윤용실 뺑소니 전담반장 VS 대전 둔산署 박웅순 뺑소니 전담반장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것이 예술가만의 세계는 아니다.

목격자도 없고, 손톱만한 흔적도 없지만 선량한 피해자가 생사의 기로에서 신음하는 뺑소니 사건의 진실조각을 찾아내는 것 또한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일에 다름없다.

때로는 죽음으로 때로는 하루 아침에 장애로 절망의 나락을 걸어야 하는 피해자들에게는 희망이지만 양심을 저버린 채 음지로 숨어드는 죄인에게는 저승사자와 같은 이들, 바로 뺑소리 전담 경찰들이다.

대전 동부경찰서 뺑소니 전담반 윤용실(50) 반장과 둔산경찰서 뺑소니 전담반 박웅순(45) 반장.

▲ 대전 동부署 윤용실 뺑소니 전담반장
이들은 경찰서의 심령술사라 불리며, 완전범죄를 고대하는 도로의 무법자를 찾아다닌다.

윤 반장과 박 반장은 닉네임처럼 일단 용의자를 찾아내면 상대의 심리를 자극해 수사의 첫 단추를 푼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범인을 확인하는 수사의 기법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자백입니다.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상대의 마음을 읽어낼 줄 알아야 합니다."

이들은 지난 94년 대전 동부서 교통사고조사계에서 인연을 맺었다.

윤 반장이 터줏대감으로 있던 동부서 교통사고조사계에 박 반장이 가세하며, 2년 남짓 한솥밥을 먹었다.이후 박 반장이 중부서를 거쳐 둔산서로 딴 살림(?)을 차리며 눈빛만 봐도 속을 아는 선후배이자 선의의 경쟁자가 됐다.

대전의 도로상황은 물론 가로수 위치까지 훤히 꿰뚫고 있을 정도로 베테랑이지만 수사 과정에서 보이는 차이점은 적잖다.

윤 반장은 가해자로 지목되는 사람과의 대화를 지극히 아낀다.

형사와 용의자간의 첫 대화 '한마디'에 모든 진실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뜸을 들인다.

"힘들게 찾아낸 용의자와 대화하기 전에 내가 그 사람의 입장에서 취할 많은 경우의 수를 상상해 봅니다. 한 번 거짓말이 나오면 대화가 길어질수록 더 많은 거짓말이 이어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렇게 때문에 윤 반장은 한숨을 짓든, 말을 멈칫하든, 자연스런 대답이 나오든 용의자의 첫 마디에서 단서를 잡아내 심증을 굳힌다.

▲ 대전 둔산署 박웅순 뺑소니 전담반장
박 반장은 정반대의 입장이다.

일단 용의자가 형사 앞에 서면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가 되므로 오랜 질문과 답변에서 반드시 한두 번의 허점을 보인다는 것이 박 반장의 지론이다.

"수 싸움에서 밀리면 다시 제자리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해 돌고 또 돌다 보면 언젠가는 흔들리기 시작하지요."

당연한 얘기지만 불변의 진리는 사고 현장에 묻어 있다.

현장에서부터 사고의 시작과 과정, 피해자와 가해자, 목격자 확보 등 열에 아홉을 해결해야 한다.

숨소리와 눈빛만으로도 속마음을 읽어낼 수 있지만 내면에 감춰진 진실을 끌어내 용의자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증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감춰야 하는 무언가를 들키지 않는 한 부인하는 것이 범죄자의 습성이라 증거 없이는 사고조사 자체가 출발선을 넘지 못하기에 한 줌의 증거를 찾기 위한 눈물겨운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윤 반장은 십수년의 경험으로 체계적인 수사와 증거 확보를 위해서는 정형화된 수사기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강산은 10년을 두고 변한다지만 자동차와 운전자, 도로사정 등 한국의 교통문화는 1년이 멀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은 뺑소니에 대한 조사기법과 자료입니다."

윤 반장은 할 만큼 한 뺑소니 업무이지만 자신의 뒤를 이어 도로의 범법자를 찾아 헤맬 후배를 위해 변하지 않는 조사기법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로 자동차 고유번호(일명 로또번호)에 대해 종합적으로 정리해 논 교본을 만드는 것이다.

"이 책만 보면 자동차의 부품에서 발견된 번호 하나로 자동차가 언제 무슨 공장에서 생산돼 어느 지역으로 납품됐나를 쉽게 알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사시간과 정력의 낭비를 줄이게 될 것입니다."

이런 윤 반장을 박 반장은 "뛰어난 머리와 타고난 기질로 물 셀틈 없는 냉정한 구석이 있지만 사람을 포용할 줄 아는 후덕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평한다.

윤 반장은 박 반장의 발품을 사고 싶어 한다.

"사고현장이나 피해자의 중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으나 박 반장은 사고를 맡으면 책상을 옮겨 놓은 것처럼 발이 닳토록 현장과 사람을 찾아다니는 성실파입니다."

이들은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 의해 상처를 입은 억울한 피해자의 슬픔을 치료키 위해 오늘도 도로 위를 누비고 있다.

?윤용실(尹用實) 반장 프로필
▲생년월일 : 1955년 3월 27일
▲학력 : 인천선인고등학교
▲현직 : 대전 동부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 뺑소니전담반장(경사)
▲경력 : 1979년 순경 임용, 강원도경 기동대, 강원 영월경찰서, 대전 동부서 고속도로순찰대, 교통사고조사계
▲표창 : 행자부 장관, 경찰청장 등
▲가족 : 김영숙씨와 2남
▲취미 : 등산, 낚시

?박웅순(朴雄淳) 반장 프로필
▲생년월일 : 1960년 2월 24일
▲학력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현직 : 대전 둔산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 뺑소니전담반장(경사)
▲경력 : 1981년 순경 임용, 대전 중부서 교통과·은행동파출소, 대전 동부서 교통사고조사계
▲표창 : 행자부 장관, 경찰청장 등
▲가족 : 부인 김명자씨와 1남1녀
▲취미 :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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