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경영 도전장 낸 '광고계 빅맨'

▲ 채수삼 (연기 출신·서울신문 사장)
바쁜 업무에 쫓기다 보면, 택시 타기를 하루에도 수차례. 서울은 또 왜 그리 막히는지.

여느 때처럼 택시를 기다리고, 잠시 뒤 택시가 선다. 문을 열기 전에 눈에 띄는 광고 같지 않는 광고가 있다. '사원이 직접 뽑은 CEO, 서울신문 채수삼 사장'.

눈을 들어보니 지나다니는 택시의 1/5가량에 이런 그림이 붙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를 만난 지금, 그가 연기군 조치원 출신이고, '충청'에 고향을 둔 것을 무척이나 뿌듯해 하는 '동향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현대에서 사회 첫발을 내디딘 시절, 고 정주영 회장과 함께 서울 올림픽을 유치했던 기억, 광고업계에서 이름을 날렸던 일들. 채 사장은 '최선을 다해 살아왔던 삶의 결실들'을 얘기하면서 결국은 "고향에서 기초가 튼튼하게 자라났기에 현재까지 이르게 됐다"고 뿌듯해 했다.

채 사장은 조치원 정동에서 태어났다. 조치원 교동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대전 중학교를 마친 뒤 서울에 올라왔다. 6·25 전쟁이 터지던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행방불명되셨고, 어머니는 채 사장 나이 4세 때 돌아가셨다. 할머니가 그를 키웠다.

"봄이 되면, 복숭아 서리하다가 주인한테 들켜 도망가던 일이 떠오르고, 산에서 칡뿌리 캐던 생각도 나요." "그러고 보니 시냇가 물에서 쉬리 낚던 일들, 가족과 함께 밭갈고 논매던 기억도 있네요."

고향에 대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면서 채 사장은 어린 시절에 대한 한 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최근 채 사장은 모교에 간 적이 있다. "추억 속의 그 학교는 크고 우람하고 그랬었는데, 지금 보니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졌어요." 채 사장은 세월의 무상함을 느껴지는 듯 우수에 잠겨 있다.채 사장은 성균관대에 입학했으나, 합격생의 신분으로 서울대 입시를 준비했었다. 그러나 떨어졌다. 아버님을 잃었을 때와 함께 이때, 채 사장은 좌절을 맛보았다.

대학 졸업 후 현대양행에 입사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제2의 부모님을 만나게 된다.

"고 정주영 명예 회장은 사회에서 나에게 큰 힘을 주고 날 길러 줬다"고 표현했다. 채 사장은 제1의 부모님인 할머니에 대해서는 "나의 큰 힘이 됐고, 헌신적이며 훌륭한 분이었다"며 "지금도 그 분의 영정을 침대에 놓고 지낸다"고 말했다.

채 사장이 현대건설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점장으로 있던 1981년, 독일 바덴바덴에서 IOC 총회가 열렸다. 고 정 회장은 이때 IOC 위원들과 함께 위원장 자격으로 이 자리에 참여했고, 10여일간 서울 유치를 위해 분주하게 관계자들을 만나고 다녔다. 이때 채 사장은 고 정 회장을 수행하고 통역 등의 뒷바라지를 성실하게 수행하면서 고 정 회장과 첫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9월 30일 올림픽의 서울 유치가 확정됐다. 이 인연은 보다 각별해졌다.

채 사장은 당시의 정 회장을 '집념이 강하고,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던 분', '절대 부하 직원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던 분', '항상 연구하고, 책을 많이 읽는 등 엄청 노력하는 분' 등으로 묘사했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최선을 다하자'는 그의 좌우명에 대해 채 사장은 고 정 회장의 영향 때문이라는 데 이의를 달지 않았다.

지난 94년 채 사장은 금강기획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광고업계 6위의 이 회사는 "광고는 전혀 모른다"는 채사장이 최고 사령탑을 맡으면서 회사의 취급고가 매년 60∼80% 이상 기록적인 성장률을 보였고, 취임 4년 만에 업계 3위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취임 5년째인 98년에 이 회사는 216명의 직원이 420명으로, 19개에 불과하던 광고주는 100여개 이상, 광고 취급액도 5배 이상 불어나 있었다.

그의 성공 비결이 궁금했던 업계 관계자들. 채 사장을 만난 뒤 "그를 만난 지 5분 만에 그 이유를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채 사장에게는 현대맨 특유의 밀어붙이기와 타고난 용인술, '하면 된다'는 의지와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다.

채 사장이 부임한 뒤, 이 회사에 있던 노조가 자발적으로 해체한 것도 특이한 점이다.

직원들에게 현대그룹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심어 주는 한편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직원들을 직접 면담해 요구사항을 실천했다. "왜 이런 걸 지금하느냐. 단체 협상 때 해야지", "어떻게 여러분들이 노동자냐, 여러분들이 시급제나 일용급 고용원이냐." 노조의 반발에 채 사장은 이렇게 대답한 후 문제점을 알아서 해결해 나갔다. 노조의 자발적 해체는 그 결과다. 노조의 존립 이유가 없어졌다는 자체 판단 때문이다.

2002년 채 사장은 ㈜그레이프 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하고, 회장에 취임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 15:5)'

그레이프라는 이 회사의 이름은 이 성경구절의 '포도나무'에서 비롯됐다. 채 사장의 신앙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채 사장은 2003년 현재의 서울신문 사장에 취임했다. DJ시절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호남 출신의 오홍근 후보를 물리친 결과다. 직원들의 81.7%가 그를 지지했다. '직원들이 직접 뽑은 언론사의 CEO' 채수삼 사장. 그는 회사 수익성 개선으로 서울신문을 정상화시키는 게 나의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번 임기가 끝나면, 본연의 사업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채 사장은 '고향'하면 연기군 봉산면에 있었던 할아버지 산소를 찾던 기억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명절 때가 되면, 집에서 제사를 지낸 뒤, 친척들과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산길을 오르내리며 산소를 찾아가던 기억. 그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채 사장은 '엄청나게' 그리워했다.?
"고향이 있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어요. 사람에게 시골에 고향이 있다는 것, 정말 큰 재산이에요. 어려울 때 고향은 내게 희망을 주고, 용기를 불어넣어 줬지요."

채 사장은 최근 충청향우회 모임에 찾아갔다가 그냥 돌아왔다.

"향우회 모임에 갔는데,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명함만 주고 왔어요. 곽정현 부총재에게서 전화가 왔기에 그렇게 하고 왔다고 했죠 뭐."

채 사장은 이렇게 내심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5시30분까지 기도와 성경을 묵상함으로써 하루를 시작하고, 6시부터 헬스와 수영으로 몸을 푼 뒤 출근 길에 오르는 일을 평생해 온 채 사장. '초 단위로 치열한 삶'을 살아온 채 사장이기에 지금까지 과거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채 사장은 고향으로 발걸음을 서서히 옮기고 있고, 향우회를 찾았던 모습 등을 통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빌 4:6∼7)'

이 구절은 채 사장 삶의 방향타 같은 구절이다. 65세가 되면, 신학을 공부하면서 인생을 정리하고 싶다는 채 사장은 기독교 봉사활동을 하면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했다. 아침마다 고향을 위해 기도하는 그의 모습을 떠올린다.
? 채수삼 서울신문 사장은…

▲ 1943년 연기군 조치원 출생

▲ 61년 중앙고 졸 ▲69년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
90년 연세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94년 고려대 언론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95년 서울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96년 KAIST 최고정보경영자과정 수료▲ 1998년 성균관대 대학원 졸, 경영학 박사

▲1977년 현대건설 부장

▲ 1981년 현대건설 이사 ▲ 1983년 현대중공업 상무이사

▲ 1988∼91년 현대정공 전무이사·부사장

▲ 1991년 현대자원개발 대표이사·부사장

▲ 1993년 현대그룹 통합구매실장 겸 현대건설 부사장

▲ 1993∼1997년 대한역도연맹 부회장

▲ 1994∼2001년 금강기획 대표이사 사장

▲ 1995년 아시아역도연맹 홍보사무차장

▲ 1996년 Diamond Bates Korea 대표이사 사장·회장

▲ 1997년 대한사격연맹 회장

▲ 1997∼1999년 현대방송 사장

▲ 1999년 한국케이블TV프로그램공급사협의회(PP) 회장

▲ 2001년 그레이프 커뮤니케이션즈 회장

▲ 2003년 대한매일 대표이사 사장

▲ 2004년 서울신문 대표이사 사장(현)

▲ 2004년 동국대 경영대 광고학과 석좌교수(현)

[상벌]한국마케팅대상, 산업포장, 97 중앙언론문화상, 국민훈장 동백장

[종교]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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