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공공연한 외유성 '해외연수'
성과보고회 한번으로 끝나 … 취지만 거창·관광일정 대부분
일부 타 상임위 동행 … 실효성 의문·사전심의 등 검증 필요

지방의회를 평가할 때 '단골메뉴'로 지적받는 외유성 해외연수 논란에서 9대 청주시의회 역시 자유롭지 못했다.

9대 의회는 출범 첫 해인 지난 2010년 8월 해외연수의 외유성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연수 후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연수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의정백서에 실어 공개하는 등 내실을 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상임위원회별 전체 의원과 시 집행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연수의 성과를 발표하는 보고회 개최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실제 그해 11월 의회는 각 상임위별 해외연수를 모두 마친 뒤 시민사회단체 대표, 공무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보고회를 가졌다. 당시 연철흠 의장은 "앞으로 각 상임위별로 습득한 자료와 정보를 공유해 시정이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자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다. 보고회 개최를 사실상 폐지한 의회는 내부 반발이 심한데다 똑같은 곳을 보고와 제출하는 개인보고서의 실효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결국 거창했던 취지와 달리 결과는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이후 여전히 해마다 해외연수의 외유성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의회에 따르면 기획행정위원회는 총 7명의 의원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9월 5일부터 11일까지 5박 7일간 2303만 원(자부담 973만 원)을 들여 터키를 다녀왔다.

하지만 세부일정을 살펴본 결과 문화·체육시설과 관광자원 관리 실태 등을 벤치마킹하겠다는 취지로 포장한 해외여행에 가까웠다. 실제 이들의 세부일정은 2곳 정도를 제외하곤 여행사에 판매하고 있는 일반 터키여행 상품과 대동소이했다.

7명의 의원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6일까지 9박 11일간 3229만 원(자부담 1899만 원)을 들여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독일 등을 다녀온 재정경제위원회 역시 하루 평균 1곳의 공식일정을 제외하곤 대부분은 관광일정으로 채워졌다.

6명의 의원이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5일까지 8박 10일간 2157만 원(자부담 1077만 원)을 들여 오스트리아, 스위스, 독일 등을 다녀온 복지환경위원회는 이례적으로 민박을 하고 배낭여행 형식을 취하는 등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으나 전문성 확보에 대해선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원들 스스로가 해외연수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정황도 포착돼 연수의 실효성을 더욱 의심케 하고 있다. 의원들이 눈총을 받으면서도 해외연수를 다녀오는 이유는 대외적으로 소속 상임위의 특성에 맞는 선진시설을 벤치마킹함으로써 국제적 안목과 의정활동 능력을 배양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회가 올해 해외연수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은 본인이 속한 상임위의 연수를 포기하고 다른 상임위 연수에 동반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도시건설위원회 소속 정우철(통합민주당) 의원은 해외연수 장소를 두고 위원회 내부의견 조율에 난항을 겪자 여성친화도시 구축사례와 쓰레기처리 등 환경분야를 둘러보겠다는 복지환경위원회의 해외연수를 함께했다.

또 같은 위원회 소속 이관우(새누리당) 의원은 터키 관광여행에 가까웠던 기획행정위원회와 동반했다. 이를 두고 의회 안팎에서는 연수 목적과 성격과 무관하게 본인들이 임의로 해외연수를 선택하는 것은 해외연수가 일종의 여행임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 공직자는 "일부 의원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해외연수를 마치 의원에게 보장되는 예산으로 떠나는 해외여행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때가 있다"며 "해외연수가 일부 견문을 넓히는 역할을 할지는 모르나 그 성과가 실제 의정활동으로 연결되고 있는지는 솔직히 체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가 도입하고 있는 공무국외여행 주민사전심의제도처럼 의회의 해외연수에도 사전심의제도를 도입해 연수의 타당성을 검증·심의한 뒤 예산을 배정하는 보다 철저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창해 기자 widese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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