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세종시 정무부시장]

지난달, 국회에 가서 과수농민들과 함께 조치원의 특산물 복숭아를 팔았는데 금세 다 매진돼 버렸다. 조치원 복숭아는 국회의원들에게 인기였다. 뿐만 아니라 올 여름 동해안 해수욕장에 다녀온 사람이 그곳 과일가게까지 '조치원 복숭아'라는 플래카드를 걸어놓은 것을 보고 기뻤다고 했다.

복숭아의 고장 조치원. 그러나 이제 조치원은 복숭아만 아니라 새로운 세종시의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실 100년 전 조치원은 호남선이 운명을 바꿔버렸다. 유길준 등 개화파가 중심이 되어 호남선의 1단계로 조치원-강경 사이를 잇는 철도를 우리 자본으로 건설하자는 운동이 벌어진 것은 1906년 10월이었다. 그러나 유길준은 일본의 강압에 의해 철도부설권을 회수 당하게 되고 일본 정부에서 직접 호남선을 건설하게 된다. 노선은 조치원을 시발점으로 강경을 거쳐 전라남도 목포까지.

마침내 1910년 10월 일본제국 의회(국회)는 호남선 건설비로 1253만 6295원을 통과시키고 공사기간을 11년으로 정했다. 만약 이대로 호남선이 조치원-목포로 개통되었다면 공주에 있던 충남도청이 대전으로 이전하지 않고 조치원으로 옮기거나 공주에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1931년 대전과 함께 읍으로 출발한 조치원은 대도시가 되었을 텐데 운명의 신은 조치원을 기점으로 한 호남선을 대전으로 변경시킴으로써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일본 정부가 11년 건설계획을 5년으로 단축시키게 되고 그러자니 예산 절감책으로 철교 등 공사비가 적게 드는 대전을 택한 것이 그것. 도시도 인간처럼 운명이 있는 것이다.

100년의 세월이 흘러 조치원은 새로운 운명의 시대를 맞았다. 대한민국의 행정수도 역할을 하게 될 세종특별자치시로 출발을 하게 된 것이고 조치원이 그 중심의 한 축으로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조치원으로서는 대단한 역사적 반전(反轉)이다. 이미 지난주부터 국무총리실을 시작으로 중앙 행정기관의 이전이 본격화 됐고 조치원을 비롯 세종시 전역에 이들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나부끼는 가운데 시민들의 자발적인 환경정비 등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눈을 돌리면 국무총리실과 정부청사, 그리고 교육·의료시설을 비롯 각종 문화시설이 들어설 예정지역과 조치원 사이에 세종시 전체면적의 10%를 점유하는 군부대가 있음에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이 부대는 군용항공기지 역할까지 하고 있어 항공기 소음이 끊이질 않고 건축물의 고도제한 등 세종시의 균형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세종시청은 부대이전을 위해 관계요로에 여러 경로로 접촉하고 있으며 지난 9월 10일 세종시의회에서도 하루속히 군부대 이전을 촉구하는 강력한 발언도 있었다. 이날 강용수 의원은 예정지역과 편입지역 중간에 군부대가 위치해 있어 세종시 균형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만큼 대체 부지를 마련하는 등 방안도 제시했다. 역시 중앙정보, 특히 군 당국의 결심이 중요하다.

물론 군부대 이전 뿐 아니라 잔여지역·편입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제주도 수준의 재정적 인센티브가 부여되는 세종특별자치시 설치법 개정이 시급하고 이를 위해 세종시는 정부, 그리고 국회와 전방위 접촉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정부가 하루 속히 군부대 이전을 추진함으로써 세종시 균형발전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

정부 청사위로 항공기 소음이 퍼지고 새로운 도약을 맞게 될 조치원의 청사진에 걸림돌이 된다면 두고두고 원망을 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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