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자원 발견, 미래에 꿈 부풀어
인구부족ㆍ문화부재는 한계성을
몽고인들 '한국형 발전 모델 좋다'

그러나 몽고 사람들이 무조건 한국 사람을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10여년 전 몽고 정부에서 발주한 열병합 석탄화력발전소를 한국 건설업체가 건설했다. 대외협력기금 850만 달러가 들어간 큰 공사였는데 지금까지 가동을 못하고 있다. 부실공사가 원인이다.

도로공사를 하다 부도를 내고 도망간 업체도 있다. 몽고에 주재하고 있는 한국대사관 관계자를 만났더니 의외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IMF때 또는 몽고의 개발 붐을 타고 많지 않은 자금을 가지고 이곳에 왔다가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그들은 몽고의 변화에 적응을 못하고 쉽게 생각했다가 빈털터리가 되어 심각한 가정문제를 일으키는가 하면 결국은 몽고사회의 신빈곤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

이런 부정적인 한국인의 이미지도 있지만 여전히 그들은 한국을 선호한다.

예를 들어 그들의 주택사업에 한국건설업체의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발전도 한국 모델을 지지하고 있다.

몇해 전 몽고에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한파가 기습하여 많은 양떼가 동사한 사건이 있었다.

이 때문에 30만 명 상당의 유목민들이 수도 울란바토르에 무작정 몰려들었다. 그렇잖아도 몽고 인구의 50%나 집중돼 있는 울란바토르는 이들에 대한 주택문제와 생계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에르데네트라는 지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매장량이 큰 동광이 발견되어 몽고 경제를 바꿔 놓고 있다. 석탄, 희토류까지 발굴되어 캐나다. 미국 등에서 투자자들이 줄을 서고 있는 데 문제는 광부들의 주택이다.

그래서 몽고는 '10만호 주택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들 주택에 들어갈 광부들이 한국형 아파트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물론 소형 아파트지만 아파트시장에서의 한국의 신뢰와 호감도는 다른 나라와 비교가 안 된다. 이밖에도 몽고는 의욕적인 국토개발사업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

이인구 계룡건설명예회장은 몽고 북쪽의 세계최대 호수인 바이칼호에서 수로를 만들어 고비사막으로 물을 끌어들이는 것도 언젠가는 가능하다고 그곳 관계자들에게 말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면 황사의 진원지 고비사막에 나무도 심고 유목민들을 농업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지금 실현될 수는 없다. 그래도 언젠가는 그런 꿈을 실현할 날이 올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그만큼 몽고에는 최근 잇달아 지하자원이 터지면서 외국 돈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꿈이 크다.

현재 국민소득은 3000달러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4~5년 안에 1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낙관하는 것도 그런 때문이다.

물론 이곳도 빈부격차, 공직사회의 부정부패가 발전을 가로막는 고질병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를 지배했던 민족답지 않게 남한의 16배나 되는 면적에 겨우 400만 명 인구 가지고 산업화를 성취하기는 역부족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역시 우리나라도 절감하는 것이지만 인구는 국력임을 몽고에서도 보게 된다.

특히 필자는 그곳 초원에서 절실히 느낀 것이 있었다. 몽고가 망한 것은 칼과 말은 있었지만 문화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사실(史實)이다.

징기스칸 자신이 글을 읽을 줄도 몰랐지만 어디를 정복하던 그곳 문화와 문화재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것들을 가져올 생각도 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정복' 밖에 없었다. 그래서 글이 있고 빛나는 문화가 있는 우리는 지금 그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역시 문화가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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