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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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과 공원을 결합한 '뮤지엄파크'가 새로운 놀이공원, 문화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종전 문화유물과 관련물품을 실내에서 전시하던 박물관과 넓은 야외 공원의 특성을 결합한 일종의 퓨전, 융합시설로 볼 수 있다.

1950년대 디즈니랜드가 문을 연 이래 전 세계 모든 테마파크는 디즈니랜드 따라 하기에 급급해왔다. 어떻게 하면 가장 비슷하게 디즈니랜드와 닮은꼴을 만들까하는 강박관념이 결국 반세기가 넘는 동안 모두 비슷비슷한 놀이공간을 만들어 놓은 셈이다. 환상의 캐릭터나 가공의 개념을 앞세워 주로 탑승시설 위주의 오락기구를 배치한 테마파크에 대한 비판여론이 적지 않은 이즈음 박물관공원은 여러 문화시설의 장점을 결합한 대안으로 눈여겨볼만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서대문형무소나 천안 독립기념관 등이 일종의 박물관공원에 속하는데 체험과 교육 차원에서는 아직 보완할 과제가 적지 않아 보인다.

프랑스 중부 코트 도르 지방 알리즈-생트-렌이라는 한적한 평야에 조성된 '뮤제오파크 알레지아'는 이런 문화공간의 트렌드를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 기원전 52년 로마군과 맞선 최후의 전투에서 장렬하게 싸우다 포로가 되고 몇 년 후 처형된 프랑스 원주민 골 족의 수장 베르생제토릭스<사진>의 무용담을 중심으로 골 족과 로마군의 생활상과 훈련모습을 최대한의 실물감으로 재현하고 있다. 로마군에 분연히 항거하다 결국 패배하고 그로부터 식민지로 예속된 자신들의 역사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드러내면서 반면교사로서의 교육효과를 기대하는 듯하다.

이 문화공간의 최대 역점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체험과 학습효과를 극대화 시키는데 있다. 당시 군복이나 투구를 직접 착용하기도 하고 매주 화, 목요일에는 장인(匠人)들로부터 세라믹, 모자이크, 게임, 벽화, 철기작업, 섬유 그리고 공예세공품을 직접 배우면서 고대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패배한 장수 베르생제토릭스는 그 구심점에 놓인다. 유럽연합체제가 진전되면서 점차 퇴색하는 민족정신과 국가정체성을 함양하고 외래문화를 그들 나름대로 특화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한다는 자부심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뮤지엄파크 알레지아는 오지여서 찾아가기 그리 수월치 않다. 힘들여 구경 온 내방객들에게 체험과 감성유발을 보장하여 가족단위 재방문을 유도한다는 개념의 문화공간은 당분간 지속될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논설위원·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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