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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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대형서점을 운영하는 이동선 대표는 자칭 타칭 ‘책 읽어주는 아빠’로 통한다. 서점을 방문하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사진> 그리고 직접 각급 학교를 찾아가 구수하고 신바람 나게 책을 읽어준다. 부모모임을 결성하여 책 읽어주기 활성화를 도모하고 이를 바탕으로 어릴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이 몸에 배도록 지도하는 것이 큰 일과가 되었다.

인터넷 서점의 무차별 공세로 나날이 어려워지는 오프라인 서점 경영도 바쁠 텐데 이제는 책 읽어 주기가 본업처럼 되어버린 이동선 대표의 소신은 한결같다. 어린이들이 스스로 흥미를 가지고 책을 골라 읽도록 지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이를 위하여 책에 재미를 느끼도록 책 읽어 주는 일에 나섰다는 것이다. 부모들이 한 보따리 안겨주는 책은 어린이들에게 심리적, 정서적 부담을 줄 뿐 오히려 책으로부터 멀어지기 때문에 스스로 책을 선택하는 능력을 키우려면 어린 시절부터 책방 출입을 생활화해야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얼핏 보면 서점의 영업, 홍보 마케팅으로 보일법도 하련만 그의 언행이나 성품처럼 그런 계산적인 차원에서는 조금 거리가 있다. 오래 책을 읽어 주다보니 이제는 꽤 많은 어린이 도서를 통째로 술술 암기하여 거기에 나름 모션과 연기력까지 가미했다.

부모가 책을 읽어 주는 가정에서 자녀들이 빗나가거나 이런저런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기도하다. 무조건 빨리 읽고 그 내용을 기억해야만 하는 우리나라 독서풍토에서 소리 내어 읽고 이를 듣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무조건 많은 책을 신속히 읽게 하여 자녀들의 성적이 향상되고 그리하여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를 염원하는 독서풍토, 의식에서 책은 한갓 경쟁의 도구로 쓰일 뿐이다. 옛 선비들이 바르게 정좌하고 또박또박 소리 높여 책을 읽었던 이유가 이해된다. 눈으로 읽는 묵독, 양적 독서를 지향하는 속독 보다 음독은 이해를 깊게 하고 내용의 깊은 뜻과 문장의 감칠맛까지 느낄 수 있다.

눈을 보고 입으로 읽고 귀로 들어가며 익힌 책 내용은 지식습득 이상의 많은 이로움을 안겨준다. 눈과 머리라는 단순한 경로에 비해 눈, 입, 귀라는 여러 감각기관을 거친 지식과 깨달음이 튼실할 것은 자명한 이치가 아닐까. 요즈음 경향 각지에서 크게 성행하는 시 낭송 붐도 보고 말하고 듣고 생각하는 즐거움에 비로소 눈뜬 결과가 아닐까.

<논설위원·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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