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돈…이혼에도 '비자금'꼼수
벌금 못내 교도소 자청하는 노점상
정의사회의 꿈과 희망이 목마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가 탤런트 박모양과 2007년 결혼식을 가져 화제가 됐었다.

그런데 이것은 전씨의 첫 번째 결혼이 아니고 이미 2003년 비밀리에 미국에서 다른 여자와 결혼식을 가진 것으로 재미교포언론이 보도한바 있다.

그러니까 전씨의 결혼은 두 번째가 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이혼·재혼이 진행되면서 재산처분 등, 비자금을 지키려는 의심스런 흔적이 보인다는 것이다.

1997년, 전두환 전 대통령은 법원에서 추징금으로 2205억 원 선고를 받고 아직도 1673억 원을 갚지 못하고 있다.

'돈이 29만원 밖에 없어 못 내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인데 그러나 국민들은 요즘은 29만원 밖에 없는 사람이 어떻게 골프를 치러 다니고 육군사관학교 발전기금 모금을 위한 행사에 참석해 생도들로부터 사열을 받았느냐며 말이 많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추징금이 2628억 원이 되는데 91%가 회수됐고 231억 원만 남았다. 성적이 좋은 셈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갑자기 사돈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에게 자신의 비자금 654억 원을 맡겼으니 수사해 달라고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만약 검찰에서 노 전 대통령의 진정서가 사실로 밝혀져 추징금 환수가 이루어지면 그는 '추징금의 멍에'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투병중인 것으로 알려진 노 전 대통령의 사후 국립묘지 안장이 수월해질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그런데 왜 그가 추징금을 위해 사돈을 걸고 넘어졌을까?

언론 보도에 의하면 노 전 대통령의 외아들 노재현씨와 부인인 신동방그룹 신 전 회장의 딸 신정화씨 사이에 이혼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사돈 관계가 깨지니까 내친김에 맡긴 돈까지 찾겠다고 결심한 것인지, 돈 내놓으라고 하니까 사돈 관계에 금이 간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또 언론에서는 아들 노씨의 이혼소송이 진행되면서 재산분할이 이루어 질 경우,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규모 등이 들어날 터인데 기왕 그럴 바에는 미리 검찰에 선수를 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진단도 내놓고 있다.

어쨌든 이들 이혼소송이 추징금 해결의 실마리가 되고 국고환수로 이어진다면 또 하나 역사의 블랙코미디.

그러나 그 기세등등하던 대통령의 아들과 재벌 딸, 그리고 탤런트와의 결혼이 이렇게 무너져 버리는 것이 국민들 보기엔 안 좋다.

대통령은 아니어도 전직 국무총리 P모, K모씨 등 권력가의 집안과 재벌의 결혼이 파탄을 일으키는 경우도 그랬었다.

순수한 사랑으로 맺어지는 결혼이 아니고 권력과 돈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추징금 환수'에도 그런 불순한 정략이 숨어 있느냐는 것.

얼마 전 한 노점상이 벌과금 50만원을 못내 스스로 교도소를 자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돈을 벌어 벌과금을 내려고 했으나 불경기로 돈을 모으지 못한 그는 50만원 어치에 해당하는 교도소 노역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 같은 노점상들이 딱한 소식을 듣고 50만원을 모아 그를 석방시켰다는 것.

참 아름다운 인간의 이야기다.

대통령 아들들의 호화 결혼과 이혼, 아버지들의 비자금 전략…. 이와 같은 추잡한 소굴과는 달리 벌금을 몸으로 때우려는 노점상에게 50만원을 마련해준 서민들의 이야기가 차라리 신선하다.

그들에게 정의사회의 꿈과 희망을 줘야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