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 헤매는 유기동물 포획·처리민원 봇물
즉각처리 안해준다 민원에 재정·업무부담

#1. “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입니다.”

각 자치구에서 당직근무를 서는 직원들이 자주 접하는 민원전화이다. 한 밤 중 길고양이가 울어대 수면에 어려움이 있다는 내용의 민원이다.

각 자치구마다 이 같은 유기동물 처리민원이 하루 밤새 3~4건이 접수되고 있다.

#2. 지난 1~5월까지 대전시동물보호소에 접수된 유기동물은 약 1200마리. 주로 길고양이나 유기견이 주류를 이룬다. 간혹 고슴도치 등 대중들에게는 생경한 반려동물까지 접수되고 있다.

보호소는 공고를 통해 주인을 찾아주거나 분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보호소에는 유기동물들이 밀물처럼 밀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길냥이의 역습이 시작됐다.

길거리나 주택가를 배회하는 유기 고양이를 지칭하는 이른바 길냥이(길+고양이)를 비롯한 유기동물로 인해 일선 자치구와 시 동물보호소가 진땀을 흘리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유기동물 포획 민원이 늘고 있고 이에 따른 업무부담, 예산소요 등 적잖은 행정력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4일 자치구와 동물보호소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360마리에 달하는 유기동물이 접수됐다. 자치구별로는 동구 90마리, 중구 60마리, 서구 100마리, 유성구 70마리, 대덕구 40마리로 각각 집계됐다.

각 자치구별로 편차를 보이고 있지만 통상 일일 2~5건까지 유기동물 포획·처리를 요구하는 민원이 접수되고 있는 셈이다.

기온이 상승해 야외활동이 증가하는 봄철부터 휴가 등으로 인해 장기간 집을 비우게 되는 여름철에 유기동물이 크게 증가한다는 게 자치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휴가철이 집중되는 7~8월에는 유기동물이 대량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기동물의 증가는 덩달아 자치구들의 관련 재정 및 행정력 증강을 불러오고 있다.

게다가 일부 동물애호가들이 유기동물을 즉각 처리하지 않을 경우, 동물보호단체 등과 함께 구청에 압력을 가하는 등 민원인과의 마찰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자치구들은 통상적으로 유기동물 처리에 있어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1건 당 이송비를 지급하고 있다.

실제 유성구는 올해 유기동물 처리예산으로 500마리 기준, 1500만 원에 달하는 예산을 수립했다. 건 당 3만 원 수준이다. 그러나 구는 올해 약 600~650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해 오는 2회 추경에서 관련 예산을 증액한다는 방침이다.

서구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타 구에 비해 관내 면적이 넓고 인구가 많은 서구는 올해 800마리, 2400만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유기동물이 연간 10~20% 가량 늘고 있다”면서 “휴가 등 장기출타 시에는 반려동물을 지인에게 맡기는 등 유기동물 발생을 억제키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희철 기자 seeker@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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