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은 약속이다. 물론 부정적 의미의 약속이다. 경쟁이 보장된 시장에서 경쟁을 피하기 위한 하수(下數)이기 때문이다.

시장을 선점한 사업자들의 생리는 자명하다. 이른바 현상유지, 혹은 독과점. 서로 공모해 공동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새로운 사업자들의 시장진입을 원천적으로 막아선다. 잠재적 경쟁자가 두렵기 때문이다. 당연히 시장 진입을 원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부당한 행위다.

반면 조율의 사전적 의미는 ‘문제를 어떤 대상에 알맞거나 마땅하도록 조절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조율이 이뤄졌다는 의미는 ‘알맞고 마땅하다’라는 의미다. 반대로 얘기하면 ‘부당함이 없다’는 뜻이다. 부당함이 있다면 조율이라 형언할 수 없다.

담합과 조율을 좌우하는 것은 부당함의 유무에 근거한다. 부당함이 있다면 그것은 담합이다. 반대로 부당함이 없다면 그것은 조율이다. 일말의 부당함이 있다면 그 조율은 ‘부당한 조율’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전시의회 후반기 원구성과 관련한 선진당의 약속은 어디에 가깝나.

필자가 보기에는 분명 담합에 가깝다. 부당함을 호소하는 의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프지만 더 노골적으로 얘기하면 전반기에 후반기 의장까지 내정할 바에는 후반기 의장선거도 할 필요가 없다. 아예 전반기에 모두 결정하면 될 일이다.

의회에서는 ‘선수(選數)’가 중요하다. 하지만 선수가 의장을 결정짓는 절대적인 필수사항은 아니다. 자칫 초·재선 의원들의 원 진입을 막아설 수도 있다. 게다가 대전시의회 처럼 전반기에 후반기 의장까지 정해놓는다면 이는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한 ‘담합’에 다름아니다. 부당함의 유무와 함께 각 주체의 입지나 위치 또한 두 개념을 가늠하는 중대한 요소이다.

특히 그동안 의회 내 원구성에 있어 담합은 지나치게 관대하고 너그럽게 용인돼 왔다. 원구성 시기뿐만 아니라 생활요소에 너무 익숙하게 스며있어 그것이 담합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른듯하다.

이번 대전시의회 후반기 원구성 만큼은 담합의 익숙함에 낯설어지고 철저히 거리를 둬야 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민주주의를 가르쳐주기 위해서라도 정당한 절차와 온전한 선거를 통해 의장을 뽑아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서희철 사회부 seeker@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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