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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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부 愼言牌와 承命牌
甲子士禍(10)


"신의 자식 참봉 언국의 서녀가 신의 집에서 자라고 있사옵니다. 처녀이므로 어명에 따라 예궐하여야 마땅할 일이온데 하필 병을 얻었기로 신이 언국을 시켜 사유를 갖추어 아뢰게 하였던 바 해당 관사에서 예궐하기를 꺼린다 하여 언국을 국문하였사옵니다. 하오나 언국의 딸이 진정 병이 없다면 신이 어찌 감히 꺼려서 거짓으로 아뢰게 하였겠습니까? 지금 비록 곧 예궐하라는 어명이 계시더라도 역시 예궐할 수가 없는 사정이옵니다. 언국의 딸이기는 하지만 신이 가장(家長)이므로 감히 아뢰고 대죄(待罪)하옵니다."

왕은 홍귀달의 서계를 친히 읽어보고 노하여 엉덩이를 들썩하며 손바닥으로 인상을 내리쳤다.

"홍귀달의 이런 말이 옳은가, 그른가? 이따위 망언을 승정원에서 입계(入啓)할 수 있는가?"

입직승지 이계맹과 성세준이 머리를 조아렸다.

"황공하오이다. 재상의 진계를 승정원에서 막아 가리울 수 없었사옵니다."

"누가 곧 예궐하라 하였기에 홍귀달이 지레 이따위 패역(悖逆)한 말을 하는가? 그 불공(不恭)함이 하사주를 쏟아 엎지른 이세좌의 죄보다 더 가벼울 것이 없소. 대신이란 자가 이런 불공한 마음을 갖고서 관찰(觀察)의 소임을 할 수 있다고 보는가? 즉시 그 직첩을 빼앗고 국문하도록 하오. 그리고 승지들은 대신이 아뢰는 말을 막아서 가리우지는 못할망정 죄를 청할 수 있는데 그러지 않았으니 모두 국문하도록 하오."

"황공하오이다. 승지들이 모두 국문을 받게 되었으니 누가 추고(推考)할 전지(傳旨)를 지으리까?"

"그렇다면 임금인 내가 지어야 하겠는가? 빨리 지어 올리도록 하오. 귀달이 백관의 사표(師表)라 할 만한 재상으로 스스로 내가 재상이노라 하지 않고 그 마음을 경계하고 겸손히 하면 신진(新進) 선비들이 역시 본받게 될 것인데, 그 반대로 지위를 믿고 임금에게 불공함이 이세좌와 같지 않은가? 승지들은 어떻게 생각하오?"

"신 등은 귀달이 그 지위에 자만하여 불공한 말을 아뢴 것인지 본심을 알 수 없사오나 그 불공한 언사는 심히 그르다고 생각하옵니다."

승지 성세준이 두려움에 떨면서 대답하였다.

"지금 대사헌(大司憲)을 명소(命召)하여 귀달이 아뢴 사연을 전달하고 불공한 어세(語勢)가 오로지 임금을 업신여기는 마음에서 나온 것인지 아뢰도록 하오."

대사헌 이자건은 빈청에 들어와 승정원을 통해서 왕의 물음에 답하였다.

"홍귀달이 그 아들 언국이 죄를 입을까 염려하여 구원하려고 서계한 말이 매우 불공(不恭)하옵니다. 손녀를 입궐케 하랍시는 어명이 계시더라도 입궐할 수 없다고 하였다는 말을 듣고 신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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