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 올랑드 첫 내각. 왼쪽 맨 뒤가 플뢰르 펠르랭 장관

프랑스 사회당 올랑드 정부 첫 내각의 중소기업·혁신·디지털경제 담당장관에 취임한 것을 축하합니다. 플뢰르 펠르랭이라는 프랑스 이름이 그래서 더 돋보이는군요. '김종숙'은 태어나 6개월 동안 한국에서의 이름일 따름이고 삼십 여 년간 플뢰르 즉 '꽃'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살아온 만큼 이제 그 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순간입니다.

한국 매스컴에서는 한국계 프랑스인이 새로 집권한 사회당 내각의 장관으로 임명되었다고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곧 관심권에서 멀어져간 행태를 반복할 것입니다. '한국계'라는 표현은 맞다고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틀린 용어도 아니겠지요. 낯선 유럽으로 입양되어 겪었을 온갖 어려움과 힘든 고비고비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해방 이후 외국으로 입양된 우리나라 어린이가 20만 명을 넘는다고 하는데 펠르랭 장관처럼 최고위직에 오른 경우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대부분 그냥저냥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거나 그 중에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갈등과 회의, 나락과 자멸로 얼룩진 삶을 사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보고 있습니다.

더 주목하고 싶은 것은 입양고아가 삼십대에 장관이 되었다는 '인간승리'같은 미담이 아닙니다. 올랑드 정부 첫 내각에서 여성이 전체 장관의 꼭 절반을 차지했다는 사실에 눈길이 쏠립니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므로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전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도 이렇듯 양성평등을 구체적으로 실천한 사례가 희귀했기 때문입니다.

펠르랭 장관의 직함은 중소기업·혁신·디지털경제 담당장관이라고 보도되었습니다. '장관'과 '담당장관'의 구분이 어떠하고 그 역할과 권한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산업의 실핏줄인 '중소기업'과 전 세계의 당면과제 '혁신' 그리고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디지털 개념을 경제에 접목시켜 한데 묶은 발상의 신선함이 펠르랭 장관 임명만큼 눈길을 끕니다.

이번 기회에 한국이 반세기 이상 지속된 최상위권 고아 송출국이라는 부끄러운 이름을 벗어버렸으면 합니다. G20 의장국,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운운하면서도 우리가 버린 아이들을 미국으로 유럽으로 보내고 있는 참담한 현실이 사라지기를 염원합니다.

<논설위원·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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