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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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영화는 100년 넘게 영화미디어의 산업적 가능성을 시스템화하여 규모와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유럽에서는 감독의 고유한 작가주의 정신에 따라 개성적인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반면 할리우드 영화는 프로듀서를 중심으로 스튜디오 시스템으로 기획, 제작된다. 각기 다른 소재와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에도 불구하고 미국영화를 보고난 뒤의 비슷한 느낌과 여운도 이런 환경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1995년 미국영화 한편의 제작비는 평균 5400만 달러였으나 2006년 순제작비 6580만 달러, 마케팅 비용 3450만 달러로 총 1억 달러를 넘어섰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추세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스타급 연기자의 출연료는 미국의 경우 1996년 '케이블 가이'라는 영화에서 짐 케리가 받은 2000만 달러 즉 220여억 원은 기록할 만하다.

영화의 물량공세도 그렇지만 할리우드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메시지, 가령 초인적 주인공의 맹활약, 가족과 국가의 위대함, 권선징악, 미국이라는 축으로 집결되는 정의와 평화의 이미지 같은 상투적인 요소는 늘 한결같다. 영화의 특징인 동시에 제약이 되는 항목은 막대한 제작자금과 강력한 대중동원력이다. 미국영화는 이런 점에서 당분간 전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에 설 전망이다. 이런 속성에는 영화작가의 창작의 자유를 저해하는 역기능도 있다. 자금조달과 관객숫자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감독이 자신의 예술정신과 기량을 자유롭게 발휘하는데 크고 작은 제약을 받는 것이다. 최소한 제작비를 다시 회수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그런 걸림돌이다. 유럽영화는 여기서 비교적 자유롭다.

지금 열리고 있는 제65회 칸 영화제<사진> 경쟁부분에 초대받은 홍상수, 임상수 두 '상수' 감독의 선전이 기대된다. 제3세계를 포함하여 각국의 다양한 시선과 서사를 눈 여겨 보는 칸 영화제는 이런 할리우드의 견고한 철옹성에 맞서 영화가 주는 매력, 영화의 가능성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000만 이상 관객을 모은 영화가 여러 편 있건만 극장 스크린을 잡지 못하여 곧바로 DVD시장으로 직행하는 작품도 허다하다. 그 속에서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가 세운 13,302,637명이라는 우리나라 최다관객동원 기록은 여전히 유효하다.

<논설위원·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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