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창을 녹이는 부처의 미소

▲ 혜명정사 주지인 장혜명 스님은 24년여 동안 온갖 정성을 다해 재소자들의 교화에 힘쓰고 있다. /김대환 기자

각종 범죄의 유혹을 떨치지 못해 철창 신세를 지고 있는 재소자들의 교화를 위해 힘써 온 혜명 스님이 불교계에서는 처음으로 최근 대전·충청권 11개 교도·구치소를 아우르는 대전지방교정청 연합회장에 추대됐다.

한국불교선농회 중앙회장이자 대전교도소 교정협의회장인 혜명정사 주지인 장혜명 스님.

스님은 대전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친 재소자들이 사회에 나가 또다시 범죄의 수렁에 빠지지 않고 올곧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지난 24년여 동안 온갖 정성을 다해 재소자들의 교화에 힘쓰고 있다. 스님은 이달 초 대전·청주·공주·홍성·충주교도소, 천안개방교도소, 청주여자교도소, 서산·천안·논산구치소 등 11개 교정협의회 회장단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제5대 대전지방교정청 연합회장에 추대됐다.

혜명 스님은 그러나 "10원이라도 절약해 재소자를 위해 쓰고 싶다"고 제안해 별도의 취임식은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재소자와 함께 늘 고락을 같이해 온 혜명 스님의 정성어린 교화를 통해 새로운 삶을 찾아 철창문을 나선 재소자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스님은 또 한 재소자의 부인이 아들의 등록금 마련을 위해 식당에서 일하다 과로로 쓰러져 학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졸업할 때까지 등록금을 마련해 주는 등 재소자의 가족을 지켜 주는 버팀목이 돼 왔다.

결혼을 앞둔 신랑이 한순간의 실수로 수의(囚衣)를 입는 바람에 예비 신부가 눈물로 세월을 보낸다는 소식을 접하고 '옥중 결혼'을 성사시켜 주었으며, 출산을 앞둔 한 재소자가 제왕절개 수술비가 없어 애태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머니를 털어 병원비를 내주는 것도 스님의 몫이었다.

지난 99년, 사형을 선고받고 5년여 동안 한쪽 발을 저승의 문턱에 걸쳐 둔 채 살얼음판을 살고 있던 한 사형수의 억울함을 풀어 주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던 기억은 지금도 아련하다.

혜명 스님은 당시 피해자의 주장만 받아들여 방화치사라는 엄청난 죄명의 굴레를 뒤집어 쓴 사형수의 누명만큼은 벗어 줘야겠다는 일념으로 전국의 불교신도 12만명의 탄원서를 받아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에게 제출하는 한편, 외국의 인권협회와 일본·태국 사형폐지운동단체 등을 쫓아다니며 구명 운동을 벌였다.

그의 이 같은 노력으로 그 사형수는 8·15 사면 때 무기로 감형된 후, 현재 원주교도소에서 참회의 시간을 보내며 모범적인 수형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님은 또 "재소자들이 학문을 쌓지 못하거나 자기만의 기술을 연마하지 않으면, 사회에 나가도 제대로 정착할 수 없다"며 재소자들의 국가 자격시험 준비를 도와주는 일에도 억척이다.

혜명 스님은 "교도소에서 7, 8종의 자격증을 취득한 한 재소자가 출소 후 어엿한 직장인으로 떳떳한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을 지켜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혜명 스님은 온갖 공해로 인해 황폐화돼 가는 토양을 살려 우리의 후손들에게 청정국토를 물려 줘야 한다는 신념으로 한국불교선농회를 구성, 환경보호 운동에도 앞장서고 있으며 지난 89년 선농발효㈜를 설립해 미생물 제품을 농가에 보급해 오고 있다.

아울러 소년소녀가장에게 생활비와 장학금을 지원하고, 독거노인 등 저소득 계층을 돕는 일에도 앞장서는 등 밝은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늘 어두운 곳을 찾아다니며 바쁜 일상을 열어 가고 있다.

스님은 그동안 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0년 10월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했으며, 노태우·김영삼·노무현 대통령 등 전·현직 대통령들에게도 수많은 훈·포장을 전수했다. 이 밖에도 제11회 대전문화상(지역사회개발 부문)을 수상했으며, 충남도지사·환경부 장관·농림부 장관·법무부 장관 등으로부터도 감사장 및 표창장을 잇달아 수상했다.

혜명 스님은 1940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으며 속명은 장흥기(張興奇), 아호는 기운(基云)이다. 1958년 부산 범어사에 입산해 '효당 최범술 큰스님'으로부터 부처님의 불법을 익혀 중생의 교화를 시작했으며, 일미(一味)·평등(平等)의 불국정토를 이루기 위해 평생을 정진해 왔다. 또한 다솔사 승가대학을 졸업한 후 원효사상 및 다도 연구에 정려해 오다 1980년 대전에서 혜명정사를 창건했다. 저서로는 '하늘과 땅을 감동시키는 비밀', '약사경번역', '천수경번역' 등이 있으며 '유기농축산업에 대한 소고', '범죄예방대책에 관한 소고'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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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명스님은

-다솔사 승가대학 졸업

-원효사상 및 다도 연구

-선농발효㈜ 대표이사

-대전불교 사암연합회 회장(2회 역임)

-충남대 정심화장학회 이사

-(사)한국불교 선농회 중앙회 회장

-법무부 대전교도소 교정협의회 회장

-(사)대한불교회 이사장

-선농바이오식품㈜ 설립

-법무부 대전지방교정청 교정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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