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 ?
?

분방하면서도 열정적으로 본능에 충실한 삶, 자연스러운 모성적 감성. 이 두 가지 삶의 태도는 양립하기 쉽지 않은 개념이다. 그럼에도 이 어려운 구도를 스스로 설정하고 욕망을 숨기지 않은 채 사랑하며 모성애를 펼치고 주옥같은 글을 썼던 조르주 상드(1804-1876)는 19세기 중반 프랑스 사회에서 좀처럼 쉽게 이해되지 않던 이른바 '문제녀'였다. 짐짓 근엄한 도덕적 잣대로 인간과 사회를 재단하던 그 시절 풍속과 검열기준으로 볼 때 줄곧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여인이었다. 이로 인하여 상드의 문학성과 예술성 자체에도 적지 않은 왜곡 그리고 폄하가 뒤따랐다.

남존여비 유교전통이 지배해온 예전 우리 봉건사회 의식과는 또 다른 양상의 고정관념이 굳건했던 당시 프랑스 보수사회의 위선, 허위의식에 정면으로 도전하여 당돌한 승부수를 띄웠던 상드의 의문제기는 수세기를 가로질러 이제 진지한 담론의 주제로 자리 잡았다.

프랑스 혁명의 여파로 귀족의 특권과 신분제도가 철폐되면서 외면상으로는 시민사회가 성립되었지만 갖가지 편견과 고정관념은 여전히 잠복하고 있었다. 특히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부여된 불평등한 제약과 유·무형의 차별에 항거하여 자신의 도발적인 삶과 애정행각으로 여성의 실존적 자각을 보여준 상드의 경우는 주목 받는다.

상드의 애정행각은 본능의 표출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으며 또 어떻게 통제되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여러 생각을 들게 한다. 낭만파 시인 뮈세와의 이탈리아 도피여행, 베니스에서의 감미로운 시간, 뮈세의 발병, 뮈세를 치료하는 의사 파젤로와 난데없는 사랑에 빠진 상드. 황당한 배신감을 안고 파리로 돌아온 시인. 이런 와중에도 또다시 새로운 상대를 찾는 상드의 염문은 계속된다.

여성의 의사결정권과 본능, 감성표출이 놀라우리만큼 적극화된 이즈음 우리 사회에서 상드의 삶과 문학은 교훈과 반면교사라는 2중의 의미로 투영된다. 19세기 전반기 프랑스 사회가 그러했듯이 일견 관대해 보이는 시선 바로 옆에 아직 더없이 냉정하고 차별적인 여성폄하의 눈길이 혼재하는 사회에서 여성의 위상은 과연 어떠한 것인지. 상드는 어떤 답을 제시할 수 있을까. 4만여 통에 이르는 상드의 서한문에서 우리는 참으로 자유롭고자 했으나 어찌하여 시대를 너무 앞질러갈 수밖에 없었던 감성 충만한 여성의 거침없는 목소리를 듣는다.

<논설위원·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