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논설위원·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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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모 검찰지청 아무개 부장검사가 출입기자들과 회식하는 자리에서 여기자들을 성희롱했다고 알려져 물의를 빚자 검찰은 부랴부랴 광주지검으로 발령을 낸 바 있다. 취중에 기억이 없다는 당사자의 변명과 함께 그냥 묻혀 넘어가는 듯싶었다. 지금까지 서울지역 공직자들이 이런저런 구설수와 비리에 연루되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 으레 해오던 절차였다. 왜 지금까지 이런 문제 있는 공무원들을 지방으로 발령 내고 또 지방에서는 별 이의 없이 그들을 받아들였을까. 공직사회의 오랜 관행이라고 하기에는 참으로 상식을 벗어난 처사들이 수십 년간 버젓이 행해졌는데도 이렇다 할 반발이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광주지역 여성계를 중심으로 이런 지역차별 행태취소를 규탄하면서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의 광주발령 취소와 함께 엄중한 문책을 요구하자 급속히 사회공론화 되었다. 서울지역에서 말썽을 일으켰고 더구나 여기자 성추행에 연관되었다고 지탄을 받고 있는 터에 지방발령은 지역을 깔보는 처사라는 것이었다. 서울 근무에 부적합한 사람은 지방으로 발령 내도 되는 것인지 격렬하게 항의하였다.

과거에는 이런 사례에 대한 이의제기나 반발이 드물었고 전근 가서 잠시 조용히 지내면 머지않아 원대복귀하던 것이 상례였는데 이번에는 여론이 크게 비등했고 대처도 비교적 신속했다. 광주발령에 '대기'를 덧붙이는 동시에 조사에 따라 중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시민의식의 발전, 불합리한 관행을 고치려는 지역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방'이라는 표현은 뉘앙스나 함의면에서 변방, 변두리라는 차별성이 두드러진다. '지역'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서울도 서울지방국세청 또는 “서울지방의 내일 날씨는….”하는 것처럼 '지방'의 일부임에도 서울:지방이라는 이분법적 권위의식이 이런 불합리한 관행을 너그럽게 용인, 지속시켜준 바탕이 되었던 것이다. 얼마 전 경기도 지사가 남양주소방서 당직자와 통화하는 도중 관등성명을 밝히지 않았다고 포천소방서로 전보했다가 여론의 질타와 반발이 거세지자 맞고 부랴부랴 원대복귀 시킨 해프닝도 같은 맥락이었다.

문제공직자 지역발령이라는 비상식적인 관행에 대한 정당한 반발을 계기로 이런 지역차별적인 관행이 바로잡혀 더 이상 지역민들의 자존심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지역발전, 지방화시대의 실천임을 새롭게 일깨운 사례였다.

<논설위원·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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