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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수의 한 종류로 국수에 여러 가지 해물과 야채를 섞어 볶은 다음 돼지뼈나 소뼈 또는 닭뼈로 우려낸 국물을 부어서 만드는 음식이 초마면(炒碼麵)이다. 여기에 일본식으로 짬뽕이라는 이름이 붙어 특히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대중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 일본, 한국 등 동북아시아 3국의 사회문화와 정서가 섞여 초창기 국제화 메뉴의 원조가 되었다. 음식에는 국경이 없다지만 짬뽕의 경우 이렇듯 복잡한 내력과 배경이 여러 이야기를 만든다.

이즈음 뚜렷한 이유 없이 불기 시작한 우리 사회의 짬뽕 선호 열기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때마침 라면업계에서는 맵지 않은 흰색 국물 열풍이 드센데 나가사키 짬뽕처럼 종전 맵고 빨간 짬뽕 국물을 대체할 변화가 올지 모르겠다. 인터넷 사이트나 별미 안내서에는 전국적으로 이름 있는 짬뽕 맛집을 꼽아가며 순위를 매기기도 하고 짬뽕 한 그릇을 맛보기 위해 서울에서 공주나 익산으로 찾아가는 일이 흔해졌다. 국적불명의 이름 짬뽕을 본래의 초마면으로 환원하자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별로 호응이 없었다. 음식자체를 즐기면 그만이지 골치 아프게 이름까지 신경 쓰기 싫다는 의식의 반영일 것이다.

유사한 사례로 '돈까스'를 들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경양식 돈까스와 일본식 돈까스 두 종류가 있는데 경양식 돈까스는 1895년 일본 도쿄 긴자에 있는 '렝가테이'라는 식당에서 처음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음식점은 지금도 영업 중이다. 당시 이름은 '돈육(포크) 가스레스'(가스레스는 커틀릿cutlet의 일본발음)로 우리나라에는 일제 강점기에 건너왔는데 가스레스를 축약, 돈까스로 부른다. 일본식 돈까스는 1929년 도쿄 우에노의 식당에서 일하던 요리사가 당시 널리 퍼져있던 경양식 포크 가스레스를 개량하여 고기 두께를 더 두툼하게 하고 빵가루를 넉넉히 입혀 튀긴 다음 썰어내 포크나 칼 없이도 젓가락으로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보급되었다는 것이다.<사진>

경양식이건 일본식이건 우리는 여전히 돈까스라고 이름으로 통한다. 순수한 우리말도 일본어도 아니고 영어도 아닌 모호한 명칭을 광복 70년이 가까운 지금까지 아무런 성찰 없이 쓰고 있는 셈인데 짬뽕의 경우에서도 그렇듯이 음식에 국경이 없다는 명분만으로는 아무래도 취약하다. 외국에서 기원한 음식을 즐기되 제대로 된 정식명칭이나 우리말로 순화한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날로 높아만 가는 별미, 맛집, 외식, 식탐열기 속에서 정체성 있는 이름의 음식들이 점차 귀해져 간다.

<논설위원·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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