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리 금강의 물길이 잠드는 곳, 매년 겨울이면 50만 철새들이 찾아와
자전거로 1시간 20분 페달 밟으면, 20만㎡ 규모의 신성리갈대밭에 당도

금강의 제1지류인 미호천은 청원군에서 발원해 청주시를 비껴 내려오고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온 금강본류는 대전 유등천과 갑천을 만나 더욱 풍성해진다. 북쪽 미호천과 남쪽 금강본류가 하나되는 합강부, 세종시 연기에서 금강의 제 모습이 시작된다. 하나가 된 금강은 미래도시 세종·연기를 지나 고대백제의 도읍 공주로 돌아들며 청양의 명산 칠갑산을 바라본다. 백제의 화려한 유산, 부여로 향한다.

부여를 관통하며 황금들녘의 논산, 보석의 고장인 익산의 경계를 형성하며 흐르던 금강은 하굿둑 근처에서 개발과 보존이라는 대립된 이념을 마주하는 군산과 서천의 경계를 넓히며 서해로 흘러나간다. 금강과 함께 공존하는 지역문화권, 그 수많은 이야기 유산을 비단물결 금강 자전거길을 타고 차근차근 살펴보고자 한다. 4대강 사업으로 변화한 금강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온몸으로 확인하고 지역민의 화합과 금강 사랑의 정신을 되새겨보기 위해 금강 자전거길과 이곳에 펼쳐진 금강 8경의 풍광을 소개해 본다.


▲ 금강 자전거길 1경 금강하구 철새도래지.
◆1경 금강하구 철새도래지

금강 자전거길 시점인 충남 서천(금강하굿둑)에서 미호천과 금강본류가 합수되는 세종시 합강공원까지 125.2㎞의 자전거길 여행은 9시간 37분이 걸린다. 금강 자전거길 1경인 금강하구 철새도래지는 우리나라 4대강 중의 하나인 금강이 충청도를 휘돌아 서해바다에 이르는 곳으로 철새의 낙원이다.

400여리를 내달아온 금강이 서해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이곳은 매년 겨울이면 40여종 50여만 마리 철새의 장관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이곳은 큰고니, 가창오리, 청둥오리, 개리를 비롯한 오리류와 기러기류 등이 월동하는 곳이며, 물새들에게 있어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금강하구의 주변은 광활한 대지와 풍부한 수자원과 어족자원, 금강하구 둑부터 신성리 갈대밭에 이르기까지 풍성한 갈대숲은 수만 마리 철새들이 머무르며 쉽게 먹이를 찾을 수 있는 철새서식지로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또 서천의 금강하구는 우리나라에서 철새를 가장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철새탐조 최적지로 세계적으로도 보전돼야 할 중요한 생태지역이다.

금강하구철새도래지의 인근관광지로는 자이로스코프를 비롯한 여러 놀이기구들이 갖춰져 있는 금강하구놀이공원이 있다. 68번 지방도를 사이에 두고 놀이공원과 마주보고 있는 김인전공원도 산책과 휴식을 겸하기에 좋은 인근관광지다

현재 충남과 전북을 잇는 교량 역할도 겸하고 있는 금강하굿둑은 농어촌진흥공사(옛 농어촌진흥공사)가 8년 동안 100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1990년도에 완공했으며 1억 3000만t의 담수량을 가진 1840m의 제방으로 이뤄져 있다.

▲ 금강 자전거길 2경 신성리 갈대밭 전경.
◆2경 신성리갈대밭

비단물길 금강 1경인 금강하구 철새도래지에서 2경 신성리갈대밭까지는 17.51㎞이며 자전거로 1시간 21분이 소요된다. 갈잎의 선율이 비단물결 위로 흐르는 신성리갈대밭은 햇볕이 여울지는 금강물결과 신비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신성리 갈대밭에서는 새록새록 사랑도 꽃피우고, 영화 속 주인공도 돼볼 수 있다.

파란 하늘과 맞닿을 듯한 갈대가 장관을 이루고 있는 신성리 갈대밭은 19만 8000㎡의 규모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4대 갈대밭 중 하나다. 영화 JSA공동경비구역 촬영지로도 잘 알려진 이곳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자연학습장으로, 사진 촬영을 하기에도 제격이다. 광활한 갈대의 아름다움과 평온함을 만끽하고 있노라면 누구나 영화 속 주인공이 된다. 금강의 고요한 물결을 곁에 두고 갈대들이 숨죽여 우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어느새 마음의 시름이 사라진다.

신성리갈대밭의 인근 관광지로는 명품 천연섬유 한산모시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는 한산모시마을이 있다. 문화유산으로는 독립운동가 이상재 선생 생가와 기념관(시도기념물 제48호), 이색신도비와 묘소, 영정이 봉안돼 있는 문헌서원(문화재자료 제125호), 백제유민 최후의 항거지 건지산성(사적 제60호), 아담한 절집 봉서사 등이 있다.

서천은 갈대숲이 많은 고장이다. 주로 습지나 갯가, 호수 주변에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갈대의 특성을 보면 서천의 자연환경을 가름할 척도가 되는 좋은 예로 200리 서천 해안을 따라 어촌과 갯마을 구석구석, 갈대가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 갈대밭 중 갈대숲이 많아 철새들의 서식장소로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금강하굿둑 언저리에 위치한 신성리갈대밭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갈대7선’으로 꼽히고 있으며, 각종 교육기관의 자연학습장이면서 전국 사진작가들의 촬영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 금강 자전거길 3경 강경 옥녀봉 일대의 옛 포구 전경.
◆3경 강경포구

2경(신성리갈대밭)에서 출발해 1시간 45분 동안(22.69㎞) 자전거로 여행하면 근대 2대 포구로 번영했던 지역인 3경 강경포구가 눈앞에 들어온다. 특히 이 지역은 황포 물결 위의 옥녀봉이 유명한데 옥녀봉에서 바라보는 금강 낙조를 손꼽을 수 있다.

발효젓갈로 유명한 강경읍은 근대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강경읍내 곳곳에 산재한 민간인 주거와 경제생활의 수단이었던 건축물을 보노라면 1960~1970년대로 거슬러온 듯하다. 옥녀봉과 가까이 자리 잡고 있는 중앙시장 내 상가와 민간가옥에서 근대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또 강경 천주교회는 그 설계가 배 모양을 본떠서 만든 것이라 하는데 우뚝 솟은 성당 지붕은 큰 돛을 연상케 한다. 이처럼 옥녀봉 가는 길은 그 길목에 산재해 있는 근대건축물 답사의 즐거움도 함께 할 수 있어 좋은 곳이다.

유순한 금강이 흐르고, 아담한 옥녀봉과 채운산이 알맞은 거리를 두고 마주한 사이에 올망졸망 읍내가 보이는 강경은 환상적인 곳임에는 틀림없다.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은 일찍이 강경의 풍물과 경치에 빠져 이곳에 살면서 ‘택리지’를 집필했다고 한다. 달 밝은 보름날 하늘나라 선녀들이 이 산마루에 내려와 경치의 아름다움을 즐겼고 맑은 강물에 목욕을 하며 놀았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 금강 자전거길 도로 데크 구간. 대전지방국토관리청 제공
부여에서 유순하게 내려오던 금강이 옥녀봉을 밀어내지 못하고 물줄기가 꺾이어 서해로 나간다. 옥녀봉 정자에서 바라보면 사방이 거칠 것이 없이 훤하다. 논산평야가 한눈에 들어오고 부여, 익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논산 8경중 7경이라고 하나 풍류와 멋을 아는 사람은 이곳을 주저 없이 1경으로 꼽는 이가 많다. 평야와 강이 조화를 이루고 저 멀리 산이 배경처럼 서 있어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이곳에는 강경읍내와 멀리 논산시내, 드넓게 펼쳐진 논산평야와 금강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박한진 기자 adhj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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