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초대석] 최은수 대전고등법원장
고법원장·특허법원장 겸임 어깨 무거워…도가니·로스쿨실업문제 진지하게 고민
‘신독’의 자세로 재판과 민원업무 ‘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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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의 근본은 신독에 있다(誠意之本 在於愼獨)-다산 정약용"

지난 2일 특허법원장과 겸직하게 된 최은수 대전고등법원장은 법관의 자세로 신독(愼獨)을 꼽았다. ‘홀로 있을 때도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도리에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대로 모든 사건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고민하고, 공정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게 최 원장의 생각이다. 현재 특허법원장과 고법원장을 겸임하면서 어느때 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최 원장을 만나 앞으로 법원 운영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대전고법원장으로 취임하셨는데.

“대전과 가까운 충남 논산이 고향이라 시골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마쳤다. 특히 1982년 대전지법 판사로 임용된 후 홍성지원 판사로 근무하면서 초임 시절 5년을 대전 관내에서 근무하게 됐다. 여러 가지 인연으로 개인적으로는 대전·충청지역이 그야말로 애정이 넘치고, 푸근한 집에 돌아온 그런 느낌이다.”

- 고법원장과 특허법원장을 겸임하게 됐는데.

“두 법원의 규모나 특성상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 때문에 어떻게 하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까 상당히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고등법원에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기울이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다만 법원은 기본적으로 재판을 담당하는 곳이고, 일반 기업체나 행정부처와 달리 누구의 지시나 간섭이 있을 수 없는 업무상 특성이 있다. 현재 각 재판부와 직원들이 업무의 연속성을 가지고 잘 해주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는 없다.”

- 광주 인화학교 사태 이후 성폭력 범죄에 대한 법과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데.

“성폭력 범죄의 개정 연혁을 살펴보면 많은 변화가 있어왔고, 형법 이외에 특별법이 많다. 이른바 ‘도가니’ 사건이 여론화되면서 다시 법과 제도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범죄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상당히 달라졌다는 점을 많이 느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파악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이를 기화로 법원 역시 국민이 공감하는 양형에 고심해야 할 것이다.”

- 최근 로스쿨 졸업생들의 실업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대법원이 2012년과 2013년까지 각 100명 씩 200명의 재판연구원(로클럭)을 임용하는 계획을 얼마전 발표했지만, 이 역시 졸업생에 대한 실업대책이 될 수는 없다. 로스쿨 설립 당시 이미 사법연수생이 1000명인 상황에서 로스쿨 졸업생들까지 배출되면 이들을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할지에 관한 고민이 사실상 미흡했던 측면이 있다.”

- 그동안 법관 생활 중 기억에 남는 판결이 있다면.

“법관의 업무는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대승적인 측면보다 사회적 약자와 뒤에 남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2004년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미등기된 옥탑방 입주자에게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우선변제권을 제한 해석하고 있던 대법원 판례의 변경을 이끌었던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대법원 판례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해 건물이나 토지의 경락대금에서 우선변제를 받기 위해서는 그 임대차의 목적물인 주택에 관해 소유권등기가 이뤄진 다음 경매신청의 등기가 되는 경우이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이 판결을 하면서 무척 고심했던 기억이 있다.”

- 좌우명이 있다면.

“특별히 정해놓은 좌우명은 없지만, 특허법원 소회의실에 걸려있는 다산 선생의 글귀 중 '신독'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신독 이야말로 법관이 가져야 할 자세로, 또 조용하게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갖춰야 할 자세라는 생각에 젊어서부터 많이 생각해왔다.”

- 대전시민에게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은.

“법원이 시민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재판과 민원업무를 통해 주민의 답답하고 아쉬운 마음을 풀어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에 법원 구성원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시민 여러분도 애정을 갖고 법원을 바라봐 주시면 법원을 잘 이해하고 친숙한 곳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며 아무쪼록 대전법원을 넓은 마음으로 사랑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사진=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 최은수 대전고등법원장 프로필

△1954년 충남 논산 출생 △1971년 서울고 졸업 △1976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77년 사법시험(19회) 합격 △1982년 대전지법 판사 △1991년 대법원 재판연구관 △1998년 서울지법 부장판사 △2001년 대전고법 부장판사 △2006년 춘천지법원장 △2010년 대구고법원장 △2011년 특허법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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