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규 북부본부 기자

"1년 중 가장 바쁜 농번기 주말에 체육대회를 하면 누가 참여하겠습니까."

천안시 성남면 A중학교 자모회장 전모(47·농업)씨는 10일 오전 천안농고에서 열린 제14회 학교 어머니 체육대회를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각급 학교의 자모회 모임인 천안시 교모회가 천안교육청의 후원 아래 개최한 이날? 체육대회에는 관내 50여개 초·중·고 자모회원과 교장, 학교운영위원, 각계 인사 등 1000여명이 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흥겨운 풍물패 공연으로 시작된 체육대회에서 참석자들은 조별로 나뉘어 이어달리기, 줄넘기, 노래자랑, 훌라후프 등 경기를 즐기며 흥겨운 한마당 잔치를 벌였다.

운동장에는 각 학교에서 준비해 온 수십여 개의 오색 천막들이 빙 둘러 쳐진 채 대표들이 경기를 벌일 때마다 신나는 응원전을 전개했다.

그러나 학부모간 화합과 우의를 다진다는 취지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23개 농촌 학교를 대표하는 학부모들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일부 농촌 학교에서 자모회장 등 몇몇 임원진이 참석했지만 이들마저 본 행사에는 참여를 할 수 없는 구경꾼에 지나지 않았다.

매년 똑같은 행사가 계속되고 있지만 농번기에 반복해 열리다 보니 정작 농촌 학교 자모들에겐 '강 건너 불 구경'인 행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성환 B초교 자모회장 김모씨는 "못자리다, 과수원 화접이다 해서 일손이 가장 딸리는 시기에 한가하게 먹고 즐기고 할 여유가 있겠느냐"며 "집행부가 농촌의 사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농촌 학교의 한 교장은 "먼발치에서 구경만하고 가는 학부모들을 보며 안타까웠다"며 "행사 취지에 맞게 도농 학부모들이 함께 뛰고 즐길 수 있는 행사로 일정을 조정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어머니 체육대회가 농번기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는 대다수 농촌 학부모들이 소외되는 '그들만의 잔치'가 돼선 안된다는 지적을 교모회는 귀담아 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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