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9일 조용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을 놓고 충돌하면서 9월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경색되고 있다.

국회는 이날 오전 본회의를 열어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조 후보자 선출안을 처리하려 했으나 여야간 극명한 입장차로 본회의 자체를 열지 못했다.

갈등의 핵심은 조 후보자의 이념적 성향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찬반 대립이었다.

조 후보자를 추천했던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권고적 당론으로 조 후보자의 선출에 동의해달라"며 전날까지 '맨투맨 설득'을 했으나 한나라당은 끝까지 반대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의 이날 의총에서는 지난 6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천안함 발언'으로 이념편향 논란을 빚었던 조 후보자에 대해 "절대로 안된다"는 반대론이 쏟아졌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박영아 의원은 "조용환 선출안이 통과되면 한나라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고, 정미경 의원은 "조 후보자는 혹세무민할 수 있다"고 강력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원내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출안이 통과되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보수층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역풍을 우려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선출안을 자율투표에 부친다는 당초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판ㆍ검사 출신 일색인 헌재에 재야 출신이 한 명은 있어야 서민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다"며 인권변호사 출신인 조 후보자에 대한 동의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한나라당에서는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것을 보지 않아서 확신할 수 없다'는 조 후보자의 (발언에 대한) 언론의 잘못된 보도를 이유로 동의하지 않는 기류가 있는데 속기록을 보면 조 후보자는 한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옹호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장에 입장했다가 한나라당의 자율투표 소식에 전원 퇴장했다. 자율투표를 선출안을 부결시키려는 의도로 해석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어 다시 열린 의총에서 "황 원내대표가 '권고적 당론을 마련한다'는 약속을 어겼다"면서 "한나라당이 다시 의총을 열어 권고적 당론을 정하지 않는 한 표결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했다.

한나라당은 즉각 반박했다. 이두아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약속파기' 주장에 대해 "권고적 당론을 마련하기로 양당 원내대표간 합의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조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에 한나라당 청문위원들의 반대 의견이 기재됐는데 어떻게 우리 당이 그의 선출을 권고적 당론으로 받아들여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양당은 오는 15-16일 본회의를 재소집해 두 안건을 상정키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립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조 후보자 선출안이 끝내 상정되지 못한 채 양 후보자 동의안만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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