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로 발목잡혀 10년 공든탑 붕괴 위기
"예능계 새로운 스타 탄생 기회" vs "강호동 부활할 것"

강호동이 9일 전격적으로 '잠정 은퇴'를 선언하면서 TV 예능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강호동은 지난 수년간 유재석과 함께 지상파TV 예능 MC계를 양분해온 양대산맥의 한 축이었기 때문에 비록 '잠정'이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그의 '은퇴' 선언은 폭발력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 그와 유재석은 동료들이 케이블채널로 진출하는 와중에도 오로지 KBS, MBC, SBS 등 지상파 TV 3사에서만 활동하면서 3사의 메인 프로그램을 사이좋게 나누며 예능계에서 막강 파워를 과시해왔다.

이런 까닭에 지상파 방송사들은 그의 폭탄선언의 진의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강호동, '탈세'에 발목잡혀 = 강호동의 은퇴선언은 지난 5일 세금 과소 납부 문제가 드러난 이후 나흘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지난 10여 년 차근차근, 그리고 굳건하게 쌓아왔던 '강호동'이라는 공든탑이 이유가 어찌 됐든 '탈세'라는 낙인과 함께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씨름선수 출신 강호동은 변명하지 않고 샅바를 던졌다.

강호동은 세금 과소 납부로 국세청으로부터 수억원 대의 추징금을 부과받은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자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며 "추징된 세금을 충실히 납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5개월여의 기간 변호사와 세무사를 통해 법적 절차를 지키면서 국세청의 절차에 따라 조사에 충실히 응했다"면서도 "이유와 과정이 어찌 됐든 강호동을 사랑하는 팬, 나아가 국민 여러분께 우려의 시선을 받은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고의적인 탈세가 아니라는 항변을 살짝하는 듯 했지만 더 이상의 변명은 없었다. 국세청 역시 강호동이 소득 누락 등 고의적으로 탈루행위를 저지르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용처리에서 강호동 측과 국세청의 판단에 다른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호동의 표현대로 '이유와 과정이 어찌 됐든' 그가 수억원 대의 추징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사이버세상과 여론은 들끓었다. 강호동에게는 '탈세'의 낙인이 찍혔고 한 시민은 지난 7일 "강호동의 탈세 행위에 사법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강호동을 탈세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시민은 고발장에서 "강호동은 국민의 사랑을 받고 국민을 대표하는 MC임에도 국가 경제를 현저히 마비시킬 수 있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엄격하고 단호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에서는 강호동 퇴출 서명운동까지 벌어졌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청원게시판에는 '강호동의 탈세혐의 구속 수사하라'는 글과 함께 강호동 퇴출서명운동이 벌어져 2천 명이 넘는 누리꾼이 동참했다.

'국민MC' 강호동으로서는 연예계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고 결국 나흘 만에 은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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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 은퇴'?.."강호동, 이미지를 생명으로 알아" = 그러나 그는 '잠정 은퇴'라는 표현으로 여운을 남겼다. 당분간 스스로 자숙의 기간을 거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긴 하지만 강호동은 이에 대해 어떠한 부연설명도 하지 않았다.

현재로서 분명한 것은 그의 '잠정 은퇴' 선언에 지상파TV 3사 예능국이 날벼락을 맞았다는 것이다. 3사의 메인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었기에 그의 돌연하차는 방송사들을 사실상 패닉상태로 몰고 갔다.

강호동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제작진과 상의, 최대한 방송국과 시청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잠정 은퇴'의 효력이 당장 시작되는 것인지, 아니면 몇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시작되는 것인지, 또 '잠정 은퇴'가 '완전한 은퇴'가 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당장 그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내릴 수도 없고 강호동 역시 '방송 펑크'를 내겠다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의 '은퇴'가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은 내년 2월까지 방송하기로 돼 있고 SBS '스타킹'과 '강심장',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는 폐지시점을 거론할 필요없이 현재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호동의 측근은 "현재로서는 아무 말씀도 드릴 수가 없다. 너무 괴로워했고 고민 끝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아달라"고 말했다.

강호동의 이러한 전격적인 결정은 연예인으로서의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이미지를 생명으로 아는 그의 평소 태도에서 기인된 것으로 보인다.

'1박2일'의 나영석 PD는 9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강호동 씨는 책임감이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라며 "잠정은퇴를 고려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만류했지만 결국 설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많은 방송관계자도 "강호동은 이미지가 생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충분히 이런 결정을 내릴만 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방송관계자는 "오늘의 기자회견 내용에 놀라긴 했지만 사실 강호동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며 "강호동으로서는 지난 나흘간 무척 괴로운 시간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호동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는 연예인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TV를 통해 시청자 여러분께 웃음과 행복을 드려야 하는 게 제게 주어진 의무다"며 "그런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뻔뻔하게 TV에 나와 얼굴을 내밀고 웃고 떠들 수 있겠나"라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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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스타 탄생 기회 열리나 = 씨름선수 강호동이 코미디언을 거쳐 MC계 강자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특히 그는 유재석과 건강한 라이벌 관계를 이루며 나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2000년대 중반부터는 신동엽, 남희석, 이경규 등 전통의 강호들을 모두 물리치고 유재석과 예능계를 양분하며 회당 1천만 원에 가까운 출연료를 받는 특급MC가 됐다.

강호동과 유재석은 2002-2003년 KBS 2TV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의 코너 '공포의 쿵쿵따'에서 이휘재, 김한석 등과 공동 MC를 맡으며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고, 이후 2005~2006년 SBS TV 'X맨 일요일이 좋다'를 함께 꾸려나가며 최강의 궁합을 과시했다.

이 과정에서 씨름선수 출신 강호동은 유재석의 유머 감각과 부드러운 진행 스타일 등을 벤치마킹하며 쑥쑥 성장했고 2007년 데뷔 15년 만에 처음으로 'SBS연예대상'을 받으며 지상파TV 연예대상을 차지해 유재석과 '동급'임을 알렸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KBS와 MBC 연예대상을 휩쓸며 마침내 유재석을 넘어서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강호동과 유재석이 예능계를 양분하는 지난 몇년간 '새로운 스타'는 나오지 않았다. 예능 PD들은 "당분간 강호동, 유재석 체제가 계속 될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런데 지금 자의든 타의든 강호동이 그만두겠다고 나서면서 예능계 후발주자들에게는 기회가 열리게 된 셈이다.

한 예능PD는 "지금 당장 강호동의 은퇴가 어떤식으로 실현될지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긴 힘들다"면서도 "하지만 강호동이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해버리면 결국은 그만큼 다른 연예인들에게는 기회가 생기는 것 아니겠나"고 반문했다.

그는 "어찌됐든 지금껏 방송사 입장에서는 강호동과 유재석을 1순위로 놓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는데 그중 강호동이 없다면 대타를 생각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강호동의 부재는 그리 길지 않을 것이며 결국은 부활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매니저는 "강호동이 탈세에 발목이 잡혔지만 그간 철저하게 실력을 쌓아왔고 이미지 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잠시 자숙의 기간을 거치면 다시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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