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3점포·2타점 끝내기 안타 5타점 대폭발

외야수로 폭넓은 수비력과 강한 어깨를 겸비한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김강민(29)이 공수에서 원맨쇼의 진수를 선사하며 SK의 짜릿한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김강민은 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4-8로 패색이 짙던 9회말 1사 1,2루에서 이재곤의 밋밋한 싱커를 퍼올려 좌측 펜스를 넘어가는 3점포를 터뜨리고 추격에 불을 댕겼다.

이어 8-9로 다시 끌려가던 연장 10회 1사 2,3루에서는 롯데 마무리 김사율로부터 좌익수 키를 넘어가는 2타점 끝내기 적시타를 때려 승부를 결정지었다.

6타수4안타 5타점의 만점 활약으로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나섰다.

그보다 김강민은 수비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역전승의 디딤돌을 놓았다.

그는 이날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가 팀에 포수가 없자 연장 10회부터 마스크를 쓰고 안방마님으로 변신했다.

김강민은 3-8로 패색이 짙던 9회말 팀이 기적적으로 8-8 동점을 만들자 중견수를 조동화에게 넘기고 어쩔 수 없이 포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이만수 SK 감독대행은 이날 등록된 야수 16명을 모두 투입한 바람에 대체 포수를 기용할 수 없었다.

먼저 선발 마스크를 썼던 정상호는 7회부터 허웅에게 바통을 넘겼다.

이 대행은 7-8로 따라붙은 9회 2사 1,3루 마지막 찬스가 오자 허웅 대신 박진만을 대타로 내보냈고 SK의 포수 가용자원은 바닥이 났다.

그에 앞서 심심치 않게 포수 미트를 끼었던 베테랑 최동수는 이날 지명타자로 나와 6회 내야 안타로 출루한 뒤 대주자 임훈으로 교체됐다.

또 만능 내야수이면서 투수와 포수로도 색다른 변신을 했던 최정은 공교롭게도 이날 무릎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포수를 맡을 만한 선수가 없었다.

이때 김강민이 구세주처럼 나타났다.

대구중학교 재학시절 포수를 봤었다는 김강민은 2002년 프로에 온 뒤 처음으로 포수 장비를 착용하고 홈 플레이트 뒤에 앉았다.

비록 손아섭에게 홈런을 맞긴 했으나 김강민은 여느 포수 못지않은 블로킹 실력을 보였고 특히 투수 박희수의 공이 옆으로 튄 사이 2루 도루를 감행했던 1루 주자 정보명을 2루에서 잡아내면서 완벽한 송구 실력도 뽐냈다.

실점을 최소화한 김강민은 공수 교대 후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면서 이날의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김강민은 "중학교 이후 처음으로 포수를 봐서 얼떨떨했다. 내가 흔들리면 투수 박희수도 흔들릴 것이라는 생각으로 포수 자리에 앉았다"고 말했다.

이어 "벤치의 사인대로 움직였고 이겨서 정말 다행이다. 마지막 타석에서는 오늘 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나선 게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강민은 이날 자신의 주루플레이로 왼쪽 발목과 오른쪽 갈비뼈를 다친 롯데 유격수 문규현에게도 심심한 위로를 전했다.

김강민은 3회 무사 1루에서 박재상의 2루 병살타 때 2루로 뛰다 문규현이 1루에 송구하는 것을 방해하고자 슬라이딩을 하다 문규현과 충돌했다.

김강민은 "절대 고의가 아니고 박빙의 상황에서 서로 이기려다 보니 일어난 일이다. 큰 부상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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