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물량과 섞여 분실 위험‥제작업체 "문제 없다"

경찰 특수장비인 수갑을 생산하는 업체가 지방 경찰청에 일반 택배로 물품을 배송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추석 연휴 배송 물량이 급증한 상황이라 분실할 위험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일 모 지역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에서 시범 사용하기로 한 실리콘 수갑 10개가 일반 택배를 통해 장비보급계로 배송됐다.

경찰 특수장비인 수갑이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추석 선물이 든 택배 박스와 함께 섞여 배송되고 있는 것이다.

택배업체의 한 관계자는 "추석 연휴를 보름 정도 앞둔 지난주부터 배달 물량이 정신없을 정도로 쏟아지고 있다"며 "내용물은 제대로 확인할 겨를도 없다"고 전했다.

그는 "물량이 몰리다 보니 보통 2∼3일 정도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며 "물품을 분실하지 않기 위해 '조심 또 조심'하지만, 배달 사고를 다 막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경찰 장비를 생산하는 한 공급 업체 측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분실을 걱정하는 건 말 그대로 '기우'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20년간 단 한 건의 분실사고도 없었다"며 "최근 일반 택배를 통해 모 지역 경찰청으로 보낸 실리콘 수갑도 무사히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스 겉면에 경찰 수갑이라는 것을 크게 표기해 택배업체에서 더 신경 써서 배송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수 장비를 직접 사용하는 일선 형사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충남 지역의 한 형사는 "지금까지 분실 사고가 없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추석이나 설 명절에 택배 물량이 쏟아진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 텐데 경찰 장비를 일반 택배로 주고받는 건 안일한 태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모 형사도 "최근 택배 물품 절도 사건이 잇따르는 상황이니만큼 배송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의 한 장비보급 담당자는 지역 경찰청과 생산 업체 간 거리가 멀기 때문에 택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물품이 많은 경우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제주도를 포함한 각 지역 경찰청에 직접 가져다주지만, 소량인 경우엔 일반 택배를 이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배송 과정에서 장비를 분실했거나 도착이 며칠씩 늦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경찰 수갑을 악용한 범죄 역시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배송 시기를 조절하는 등 장비 보급체계에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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