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자 생활공감 주부모니터

며칠 전 가족 중 한사람이 병원에서 외과적인 수술을 받았다. 첨단 의료기술이 발달 되었어도 환자에게 있어 수술은 부담이다. 이런 까닭으로 병원 대기실에서는 비슷한 유형의 병을 갖고 있는 환자들끼리 정보를 나누며 초조하게 순번을 기다리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날 수술을 마치고 나온 가족은 만족스러운 표정과 태도를 보여주었다.

국부마취로 인해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수술이 진행 되었는데 운동경기 중계하는 것처럼 의사의 세밀하고 친절한 설명 덕분에 수술에 동참하는 기분이 드는 것은 물론 끝머리에 의사선생님의 "수술이 아주 잘 되었습니다." "빠른 쾌유를 빕니다."라는 푸근한 말에 의사와 병원에 대한 신뢰감이 생기더라는 것이었다.

미국 버지니아테크 의대가 예비 의사로서의 인성을 평가하는 '다중 미니 면접 테스트' 방식을 도입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의사가 되려면 먼저 남에게 제대로 말하는 법부터 배우고, 아울러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동료들과 화합할 수 있는 품성을 갖추라는 것이 핵심 요소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이 때때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듯 거만하게 행동하고 환자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의대들이 지금까지 성격에 결함이 있는 의사들을 걸러내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 분위기가 최근 크게 바뀌고 있으며 제대로 된 성품을 가진 의사들을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시도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의료서비스 정보 니즈 역시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의사가 진료하면서 일일이 환자에게 당신의 병명은 무엇이고, 그 증상은 어떠하며, 왜 그 병은 수술이 필요한지, 수술 후에는 어떤 경과와 예후를 가지는지 등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뒤따른다.

또한 의사들의 주의임무 소홀과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서 의료 분쟁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상호 존중받는 의료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의사의 설명의무가 더욱 강조되어야 하며 의료인에 대한 신뢰도 제고와 의료소비자에 대한 피해 정보 니즈 충족이 더욱 더 요구된다.

제대로 듣고 말하기에 대한 상세하고 세심한 배려는 비단 의료진에 대한 요구만은 아니다. 남에게 제대로 말하는 법부터 배워야할 분야는 정책 결정과 수행 전반을 책임지는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덕목이다. 갈등의 폭과 깊이가 넓어지고, 깊어지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정책결정과 집행에 동참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과정은 중요하다.

사소하고 작은 사안이라도 이에 대한 수용과 결정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국민들에게 스스로의 참여의지와 동기를 부양하는 일은 소중이 여겨야할 판단요소다. 그러나 일방적인 결정과 통보, 국민 소외적인 수용 요구 등 소통부재와 절차 생략으로 인해 서로 평행선을 긋고 있다.

'노변정담(爐邊情談)으로 더 많이 유명한 루즈벨트 대통령은 소통을 통해 국민들의 차가운 가슴을 따뜻하게 녹여주며 정책 효과를 극대화한 대표적 인물이다. 소통의 달인으로 알려진 레이건 대통령도 재임기간 동안 9000통의 편지를 쓰고, 다수의 하원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의원들을 467번 만나거나 통화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는데 이는 듣고 말하기 위한 대국민 진정성이 얼마나 치열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의사소통 매체의 다양화로 인해 정보의 바다는 흘러넘치고 있으며, 방식 또한 발맞추어 가기에 숨 가쁘다. 그러나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충분히 듣고, 말하기 연습을 거친 머리와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손과 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정책이다. 그리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안내하고 동의를 이끌어 내며, 즐거이 그 일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우리 모두 더 많이 듣고, 말하는 연습에 충실한 학생이 되자.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