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현

'무전유형이요, 유전무형'이라 했던가.

건강 문제로 수감생활이 어려운 재소자에게 사법기관이 구속이나 형 집행을 정지하고, 치료 기회를 주는 형·구속 집행정지 제도를 악용해 의료진과 구치소 간부들이 거액의 뇌물을 건네 받고 허위·과장 진단서를 발급해 '고위층' 재소자들이 합법적으로 풀려난 사례가 얼마 전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름 있는 기업 대표, 그룹 회장과 우리나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서울대학병원의 의료진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라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이들은 거액의 뇌물을 주고 받은 후 질병에 대한 정확한 검사도 하지 않은 채 허위 진단서를 발급, '수감생활 이상무'에서 '치명적인 병에 걸린 것'으로 둔갑시켜 형·구속 집행정지 등을 시켜줬다.

항간에 소문으로만 떠돌던 '건강 이상쇼'가 재소자와 병원 일부 의사, 구치소 간부 등의 합작품이었음이 만 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며, 이후로도 병원과 구치소 등을 철저히 조사해 위법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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