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의

메이저리그 프로야구팀 플로리다 말린스가 시즌 중에 성적부진을 이유로 감독을 경질했는데 새로 부임한 잭 매키온감독은 올해 81세로 1930년생이다. 조카뻘 되는 경쟁팀 감독과 승부를 겨루고, 손자뻘 되는 선수들을 이끌어야 하는 매키온 감독의 취임 일성은 “95세까지 감독직에 있겠다”고 말했다.

대서양 건너 영국에서도 흥미로운 뉴스가 전해진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함께 잉글랜드 프로축구 양대 명문구단인 첼시의 감독으로 포르투갈 출신 비야스 보아스가 선임됐다는 소식이다. 이 뉴스의 비중을 훨씬 높게 만든 것은 비야스 보아스 신임감독이 1977년생으로 축구선수 경력이 전무한 불과 34세의 젊은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페이스북을 개발해 세계인구의 10%를 네트워크로 연결시켰다는 하버드대학 졸업생 마크 저커버그도 56억 달러의 재산으로 갑부 순위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저커버그는 첼시의 신임감독보다 8살이나 어린 26세의 약관이다. 최고 부자라는 워렌버핏이 81세인 점을 감안하면 두 사람 사이의 55년 차이만큼이나 부를 축적해온 과정도 상이했을 것이란 짐작이 간다.

옛사람들은 인생을 살면서 피해야 할 세 가지로 소년등과(少年登科:어린 나이에 과거에 급제함), 장년상처(壯年喪妻:젊어서 부인을 잃음), 노년궁핍(老年窮乏:말년을 가난하게 보냄)을 꼽았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소년등과란 말이 자주 인용되는 것은 젊은 시절에 큰 성취를 이루는 것이 기나긴 인생항로에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염려 때문이다. 자기 통제력을 갖추지 못한 젊은 날에 찾아온 명성과 부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일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한편으로는 패기와 도전정신보다는 풍부한 경륜을 중시했던 유교 사회의 전통이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서열과 위계를 중시하는 동양적 사고에 대한 반감 때문인지 우리나라 젊은 층의 사회적 인식은 중장년층과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회적 이슈가 부각되면 여론을 살피기 위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여론조사인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호남으로 대별되는 지역적 차이가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여론조사는 지역적 차이보다 세대 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대와 40대의 시각이 다르고 40대는 60대와 또 큰 차이를 보인다. 문제는 견해와 인식의 차이가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의 예기(銳氣)를 장년의 지혜로 이끌어주고 노인의 경험이 젊은이의 교훈이 되는 사회분위기는 오간 데 없고 사회적 이슈마다 빚어지는 세대 간의 치열한 대립은 세계에서 가장 급속하게 노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어떻게 세대 간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고, 화합을 이루는 속에서 사회발전을 도모해 나갈지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핵심가치였던 경제발전이나 민주화에 못지않은 중요한 과제가 됐다.

26세의 갑부와 34세의 명문구단 감독이 화제의 중심에 서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팔순을 넘긴 이들이 여전히 현역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스 감독과 퍼거슨 감독의 연령을 초월한 대결이 전 세계의 축구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듯이 저커버그가 이룬 젊은 성취와 버핏의 오래된 성취가 미국경제를 흔들림 없이 지탱해 주듯이 우리 사회도 세대 간에 빚어지는 갈등과 대립을 화합과 조화로 이끌어줄 그런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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