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윤기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미국 미시간대학 심리학자인 로버트 맥슬로드가 범죄 용의자 2명을 대상으로 행한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범죄 용의자들을 각각 독립된 방에 수감한 뒤, 개별적 취조를 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 모두 범행을 자백하면 8년의 징역, 모두 범행을 부인하면 증거부족으로 1년의 징역, 그리고 한 사람이 범행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이 인정하지 않으면 범행을 인정한 사람은 풀려나고, 죄를 인정하지 않은 사람은 10년간 수감된다는 사실을 고지했다. 모두 범죄를 부인하면 1년만 수감된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는 서로 불신하기 때문에 자신만 풀려나기 위해 범죄 사실을 자백한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처럼 불신이 만연한 사회나 조직에서는 다른 사람을 불리하게 만들거나 깎아 내려서 자신의 이득을 꾀하려는 행태가 만연하게 된다. 특히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변화를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을 불신하며 남을 통제하려는 조직의 풍토가 만연할수록 그런 사회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임상적으로는 편집성 성격장애의 특성이 그대로 녹아있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의심과 불신을 주요 특징으로 하고, 모든 상황을 경계하고, 타인의 숨겨진 동기를 찾아 악의적으로 해석해 갈등을 조장하고, 적대적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사회는 죽은 사회일 수밖에 없다.

최근 충남대, 공주대, 공주교대 통합 논의가 무산이 된 데에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이러한 불신의 심리가 저변에 깔려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니 어쩌면 3개 대학 통합의 무산이 그러한 의심과 불신을 조장하는 일부 집단에게는 대단한 성과였는지도 모른다. 대학 간에도 그러하였거니와 일부 대학 내부 구성원들 간에도 그러한 풍조를 조장했다고 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심지어 대학 내부에서는 총장이 통합이 되고 나서 연임을 꾀하고 있다거나 퇴임 이후를 대비해서 통합을 어떤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등 갖가지 근거 없는 소문을 퍼트리고, 악의적인 해석을 일삼는 행태를 보여준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3개 대학 통합 논의는 결렬이 되었지만, 여전히 지속될 여지는 남겨져 있다. 어차피 시대의 흐름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여전히 국가와 사회는 대학 사회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 상권이 붕괴된다는 이유로 지금의 상태를 고수하게 되면 발전은 물론 상권도 지역 대학도 결국은 모두 붕괴될 것이라는 것이 뻔 하게 예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공주시의 경우도 인구가 계속 감소되고 있고, 강남과 강북 간에도 불균형적인 차등화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상권 붕괴라는 이유를 들어 대학의 변화를 막기에는 그 이유가 너무나 초라하게 보인다. 통합이 아니라 하더라도 수년 내로 지역 대학은 중요한 운명의 기로에 서게 된다. 따라서 상권도 살리고, 대학도 살리고자 한다면 상생의 길을 빨리 찾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어느 한 대학이 변화를 꾀하려는 다른 대학을 격려는 못해줄망정 발목을 잡으려한다면 그것은 같은 지역 내에서 불신을 조장하는 조잡하고도 비열한 행동이며, 마땅히 지탄을 받아야 한다.

우리는 지나간 과거에도 당시의 현재만을 바라보고 그 현재만을 유지하기 위해 좋은 기회를 날려버린 경우를 허다하게 찾을 수 있다. 또한 기회가 오더라도 그것이 기회인지 아닌지를 제대로 분간하지 못해 결국은 기회를 잃은 경우도 많았다. 중요한 것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지를 따져보는 적극적인 마인드이다. 우물 안에서 그 하늘만이 전부인양 생각하는 개구리의 우를 또 다시 범하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말로만 세계화를 부르짖으며, 여전히 생각과 행동은 고지식한 과거적 인간이 아닌가 스스로 반성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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