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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의 80%가 언어생활이고 그 중 60%를 전화 대화가 차지한다고 하니 우리 삶의 절반 정도가 전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셈이다. 편지, 방문이 급감하고 전화로 대부분 처리되면서 앞으로도 전화의 비중은 더욱 높아지고 전화의 진보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전화의 중요성이 커지는 반면 손으로 쓴 육필편지는 이제 박물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충동적, 감정적으로 토해내는 전화통화에 비해 차분히 다듬고 정리해 나가며 쓰는 편지의 가치와 온기가 새삼 그립다.

예전에 집 전화를 '전세'로 얻어 쓴 적이 있었다. 특히 새로 개발된 신도시의 경우 전화회선은 부족하고 입주자는 몰려드니 소유권, 사용권이 각각 다른 전세전화는 1980년대 초 우리 사회 풍속도의 하나로 꼽힐만하다. 전화 놓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웠던 시절 전화는 가정의 부유함과 여유를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했다. 백색전화, 청색전화 같은 용어도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되어간다.

집 전화를 바로 옆에 두고도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모습이 TV 드라마에 자주 비친다. 경제적 측면도 그러하거니와 교육상 바람직하지 않은데도 여과 없이 내보낸다. 우리나라 휴대전화 가입자가 5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두 대 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겠지만 어린이로부터 노인에 이르는 휴대전화 가입자가 부담하는 통신요금의 거품은 심각하다. 1980년대 중반 벽돌짝만한 휴대전화를 힘겹게 들고 다니며 통화하는 사업가들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던 기억이 생생한데 남녀노소 모두 금세 긴박한 비즈니스 연락이나 다급한 소식이라도 올 듯 휴대전화를 손에 꼭 쥐고 있는 모습은 이제 일상의 풍경이 되었다. 그들은 저렇게 휴대전화를 지척에 두어야 할 정도로 긴급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그러다가 한번 통화가 시작되면 주위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통화자의 사생활에 빨려 들어가 오랜 시간 시시콜콜한 잡담과 수다를 들어야만 하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날로 날렵해지고 여러 기능이 부가되는 휴대전화가 뿜어내는 전자파가 암 등을 유발할 개연성이 높다는 보도가 엊그제 나왔다. 오래전부터 알려진 위험성이지만 구체적 근거가 강화되어 휴대전화 전자파는 차량배기가스를 맡는 것만큼이나 해롭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이얼 돌리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거실 한복판에 의젓하게 자리 잡고 있던 기계식 검정 전화기의 위풍과 여유가 그리워진다.

<논설위원·문학평론가·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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