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초대석] 황찬현 대전지법원장
고품질 사법서비스 제공·후배 노하우 전수
유영철 사건 기억에 남아 … 신뢰 형성 노력

“법관은 여론이나 정치권력에 영합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되며 지나치게 개인적인 소신을 내세우지 않는 고도의 균형 감각을 지녀야 합니다.” 황찬현(58·사진·사법연수원 12기) 대전지법원장은 법관이 지녀야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과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균형’을 꼽았다. 특히 다변화하는 사회적 특성상 사건 하나하나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사법부 개혁안이 중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어느 때보다 법원 역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취임한 후 어느 때보다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황 지법원장을 만나 법원의 변화상과 앞으로 대전지법 운영방향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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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법원장으로 취임했는데 소감은.

“대전에서 근무한 적이 없어 지역에 대한 정보나 경험이 없다. 하지만 대전 시민이 인심 좋고 심성 역시 순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사실 법원이 때론 거센 분쟁이 이뤄지는 곳이라 지역적으로 각기 다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대전에서 첫 법원장 생활을 하게 된 점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법관 생활 중 처음으로 법원장을 맡게 됐는데.

“올해로 법관 생활이 29년째다. 개인적으로 대전지법원장으로 부임하게 돼 영광이다. 대전 시민에게 고품질의 사법 서비스를 제공하고 후배 법관들에겐 그동안 쌓은 법에 대한 노하우 전수는 물론 법원 전체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

-취임 일성에서 법관의 균형 감각을 강조했는데.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균형은 판사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덕목 중 하나이며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사회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대립이 격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분쟁해결 역할을 하는 판사는 누구보다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산등기부 체계 변화 주도 등 IT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애초 공대에 진학하려 했으나 당시 ‘색약(色弱)’이 있으면 지원이 어려웠다. 때문에 법대에 진학했지만 여전히 공학에 대한 관심과 갈망은 버리질 못했다. 1986년 지방근무를 하던 시절 우연히 8bit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습을 본 뒤 서울 세운상가로 달려가 컴퓨터를 사서 독학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법원 부동산등기 전산화 시스템 구축에 관여를 했고, 1996년 원격 영상재판 시스템 개발에 참여했다.”

-기억에 남는 재판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유영철 사건을 많이 묻는다. 당시 세간의 큰 관심이 모아졌던 만큼 사회적인 의미나 소송법 측면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던 사건이었다. 특히 1997년 대선 세풍 사건은 정치적인 의미도 컸지만 어떤 면에선 정치자금을 정식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는 재판이었다.”

-좌우명과 취미가 있다면.

“특별한 좌우명이나 종교는 없지만 요즘 불교 화엄경(華嚴經)에 나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이 와 닿는다. ‘세상사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뜻인데 나이가 먹을수록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든다. 바쁘게 지내다 보니 별다른 운동이나 취미는 없지만 등산에 관심을 가져볼까 한다.”

-대전 시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우선 법원의 기본 역할인 분쟁해결에 최선을 다해 합당한 결론을 내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우에 따라 실수하는 부분은 가감 없이 질책해 주시길 바라며 시민이 법원을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조직이란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법관을 비롯한 모든 직원들의 역량을 모으겠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사진=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 황찬현 대전지법원장 프로필

-1953년 경남 마산 출신
-마산고, 서울대 법대 졸업
-제22회 사법시험 합격(연수원 12기), 수원지법 인천지원 판사
-서울고법 판사·법원행정처 전산담당관·법원행정처 법정심의관
-부산고법 부장판사·서울고법 부장판사·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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