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자 대전시의회 교육위원장

대전시의회 교육위원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다양한 목소리 청취와 함께 집행청에 대한 시의회 조언의 목소리가 현장에 잘 반영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학교를 방문하게 된다. 얼마 전 초등학교를 방문할 때 마침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교과서를 읽고 있었는데 그것을 듣다 보니 재미도 있고, 사람들에게 교훈도 주는 내용의 우화가 있어 소개해 본다.

제목은 ‘원숭이와 꽃신’이라고 기억을 하는데 원숭이가 지금처럼 나무에 올라가서 살게 된 이유를 밝힌 우화다. 한 원숭이가 있었는데 남부럽지 않은 집과 풍부한 도토리도 있어서 잘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오소리가 오더니 원숭이에게 예쁜 꽃신을 주었다. 원숭이는 사양했으나 오소리는 존경하는 마음으로 주는 것이라고 놓고 간다. 원숭이는 꽃신을 한번 신어 보니 처음에는 불편하고 답답했지만 조금 지나니 푹신하고 좋았다. 자갈길이나 거친 길을 갈 때도 편했다. 원숭이는 오소리를 생각하며 감사했다.

그런데 꽃신은 얼마 가지 않아서 너덜너덜해졌다. 꽃신을 만들어 보려고 했으나 손재주가 없는 원숭이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고, 아쉬운 마음에 오소리에게 도토리 한 가마를 주고서 꽃신을 샀다. 오소리의 거드름과 건방진 표정에도 원숭이는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원숭이는 꽃신이 없이는 살지 못하게 되자 더 많은 식량과 함께 집마저 담보로 잡힌 채 꽃신을 사야 하는 처지가 됐다. 드디어 살 집도 없어지자 원숭이는 나무 위로 올라가서 살게 됐다는 얘기다. 원숭이들이 쭈그리고 앉아서 손을 만지작거리는 것은 꽃신을 만들고 싶은 미련 때문으로 생각해본다.

읽기 수업이 끝난 후 아이들은 무엇을 느꼈느냐는 선생님 질문. “선생님, 무엇이든 공짜로 받으면 안 돼요” “원숭이는 너무 편하게 살려고 하다가 더 어렵게 살게 됐어요” 아이들의 단편적인 답변에서 몇 가지의 교훈을 얻게 됐다.

우선 경제학 기본서를 보면 꽃신의 교훈을 말하는 용어가 있다. 그것은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으로서 이것은 하나의 재화를 선택했을 때, 그로 인해 포기한 다른 재화의 가치를 말한다. 즉, 원숭이는 푹신한 꽃신을 선택해 발의 편안함을 얻었지만 살기 좋은 집과 식량이라는 더 나은 행복을 잃게 됐으므로 경제학의 개념으로 보면 원숭이의 선택은 한참 잘못된 것이다.

다음으로, 이 세상에 이른바 공짜라는 양의 탈을 쓴 악마가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공짜라는 내면에는 대부분 우리가 당시에는 느끼지 못하는 대가를 언젠가는 치러야 하는 값비싼 희생이 있기 마련이다. 잘 모르고 넙죽 받았던 그냥 마음이라는, 정성이라는 것을 가장한 뇌물로 인해 파멸로 빠지는 경우를 요즘 저축은행 사태를 통해서 보고 있지 않은가. 생각이 깊은 사람들이 걱정하며 바라보는 원숭이의 꽃신이다.

또한, 요즘 정당들의 흐름을 보면 내년에 국회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어서 그런지 이른바 ‘무상 복지’ 시리즈 정책이 횡행한다. 무상복지도 지금 해야 할 것과 준비가 필요한 무상 복지가 있다. 물론 시민의 안락한 삶과 인간의 존엄성 구현을 위해서는 국가가 보편적 복지를 시행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우화처럼 공짜라는 꽃신 뒤에 숨어 있는 안락함의 늪에 빠지지는 않는지, 당선을 위해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도 마다 않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무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 이러한 때에 정신적 도덕 재무장이라는 성찰의 도구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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