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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널리 애용되는 '생수'가 시판되기 전에는 어떻게 음용수를 마련했던가. 수돗물을 그냥 마시거나 볶은 보리나 옥수수를 넣어 끓여 먹다가 1990년대 후반 들어 생수가 본격 보급되면서 삶의 풍속도가 바뀌었다. 너도 나도 500㏄짜리 물병을 들고 다닌다. 가정과 사무실에는 20리터짜리 물통이 거꾸로 박혀 물을 쏟아낸다. 2009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팔린 생수는 5000억 원어치라고 한다. 국민 1인당 연간 1만원 어치의 물을 사마신 셈이다. 2000년대 초반의 3배 규모다. 53개 회사에서 생수를 제조하고 31개사에서 생수를 수입해 팔고 있다. 예전에는 어디에 꼭꼭 숨어있던 물줄기들이 이토록 뿜어 나와 팔리고 있는지. 이러다가 머지않아 급수원이 고갈되는 것은 아닐까. 특히 지난해 구제역 파동 당시 어마어마한 규모의 가축 살처분, 매몰의 여파가 생수원에 영향을 끼친다면 큰일이다.

생수 시장의 독보적인 존재는 단연 프랑스의 '에비앙'. 세계 130여 개국에서 1년간 18억 병이 팔린다니 볼빅, 비텔, 콩트렉스 같은 경쟁업체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에비앙은 알프스 만년설이 녹아내린 물이 두꺼운 빙하퇴적층을 통과하고 미네랄을 비롯한 각종 유익한 성분이 함유되었다며 광고하면서 브랜드 지명도를 높였다. 그리하여 에비앙이라는 이름 자체만으로도 청정지역이라는 이미지를 얻었고 이 유명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에비앙의 경쟁력은 생수판매에 그치지 않는다. 파리에서 520㎞ 떨어진 한적한 소도시 '에비앙-레-뱅'은 고급 스파를 운영, 5일에서 3주까지 머무르며 검진, 탕치, 온천욕, 생수음용 등 여러 처방과 휴양으로 도시 전체가 물로 먹고 살아간다. 주민 10%가 에비앙 공장에 다니고 50%가 관광업에 종사한다. 원료단가가 거의 들지 않는 자원을 파는 동시에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부가가치가 탁월하다.

마시는 물과 더불어 도심을 관통하는 강변 경관 역시 훌륭한 관광자원이다. 파리 센 강, 방콕 차오프라야 강,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 런던 템스 강 같이 각국 수도를 흐르는 강을 활용하는 야경관광은 저녁시간 관광객을 호텔 밖으로 끌어낸다.

우리나라는 그래도 물이 풍부한 편이다. 머지않아 물 부족 국가가 된다고 계몽하지만 도심에 큰 강이 흐르고 전국에 온천자원이 즐비하다. 마시는 물, 온천과 관광까지 갖추어진 천혜의 여건을 우리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유성, 온양, 도고, 아산, 충주, 수안보, 초정같이 타 지역에 비하여 온천자원이 풍부한 충청지역에서 다만 몸을 씻거나 물놀이로만 이용되는 저 풍요로운 온천수가 마냥 아까워 보인다. <논설위원·문학평론가·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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