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소천

얼마 전 직장 근처 식당에서 점심식사 중 목격한 일이다.

우리가 들어간 식당은 명성이 있는 한식 전문 식당으로, 안에 들어서니 한 구석에서 7~8명의 노인 분들께서 식사 중이셨다. 우리 일행은 아무 생각 없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더니, 20여명의 사람들이 노인 분들이 계신 곳으로 몰려갔고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50대로 보이는 남자 한 사람이 무엇이라 하면서 굽신굽신 인사를 하고 단체 사진을 찍은 다음 모두들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그 광경이 예사롭지 않아 종업원을 불러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그 식당 주인이 인근에 사시는 독거노인을 초청하여 점심식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무엇인가로 뒤통수를 맞은 듯 머리가 멍해졌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알지 못하게 할 수는 없는 걸까?

언론사의 기자를 대동하여 사진을 찍고 노인들 앞에서 위풍당당함을 과시해야 하는 것인지.

일단 취재일행과 주인이 나가 버린 식당 안은 삭막함과 허탈함이 감돌 뿐이었다.

노인들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아무런 말씀 한마디 없으신 채 식사를 끝내시고, 한 분 두 분 현관문을 나가시는 뒷모습에 안 보아도 될 광경을 본 것만 같아 씁쓸했다.
내 마음 한구석에 어둠이 깔린 기분이었다.

최소한 식당주인이 노인 분들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만이라도 같이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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