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초대석]사랑의 끈 연결운동본부 총재 정우택 전 충북지사
지사 시절부터 기부·봉사 … “진짜 발로뛰고 싶었죠”
장애 학생-사회지도층 연결 앞장 따뜻한 충북 조성
총선 출마의지 각종 행사 참석하며 &

“기부행위는 제 삶의 일부분이 됐죠. 이제는 재임시절 소홀했던 봉사활동이 제게 주어진 의무죠.”

충북도지사 재임 시절 2년간 매달 500만 원을 익명으로 기부한 사실 등이 밝혀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줬던 정우택 전 지사의 아름다운 선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주민선택과 무관하게 기부와 봉사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정 전 지사는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의 뼈아픈 패배를 가슴에 묻고 지금은 장애학생들과 사회지도층 인사와 1대1 자매결연을 통한 각종 지원을 해주는 ‘사랑의 끈 연결운동본부’ 총재로 활동하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이상적인 실천자의 길을 걷고 있는 정우택 전 지사를 만나 총재 취임 배경과 향후 활동 등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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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장애를 겪는 학생들의 아픔과 외로움, 소외감 등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들의 아픔을 치유하지는 못하더라도 함께 나누고 싶어요.”

정 전 지사는 지난달 28일 ‘사랑의 끈 연결운동 본부’ 초대 이사장 겸 총재로 추대됐다. 사랑의 끈 연결운동은 그동안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가 주관해 경제적 곤란과 장애의 어려움으로 이중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는 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정관계 및 재계, 교육, 문화, 종교 등 사회지도층 인사와의 1대1 자매결연을 맺어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지원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추진해오고 있다. 운동본부와 정 전 지사와의 인연은 지난해 10월 청주 무심천 롤러스케이트장에 열린 4회 사랑의 끈 연결운동 전국대회 대회장을 맡으면서 이뤄졌다.

지인의 부탁으로 대회장을 맡으면서 장애학생들에 대한 지원활동에 나서기로 결심한 그는 발기인대회에서 만장일치로 총재자리에 오르게 됐다. 그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우선 사랑의 끈 연결운동 활성화를 위해 재단확대가 필수인데다 지역별 후원자도 늘려야 한다.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도 찾아 장애학생 8만여명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장애학생에 국한된 지원을 소외된 불우이웃까지 지원을 넓히고 싶은 게 정 전 지사의 희망.

그는 "경제적·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과 함께 하는 연대의식으로 사회통합의 에너지를 만들어 나가야 진정한 선진사회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들과 함께 꿈과 희망을 공유하는 공동체 의식과 공감의 문화를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진정한 기부는 기부 행위가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 타인을 위한 것이어야 하죠. 여유 있는 독지가들이 돈을 사회에 환원하고 십시일반 힘을 보태는 기부문화가 형성됐으면 좋겠어요.”

정 전 지사의 선행은 낯설지 않다. 이미 재임시절 보이지 않는 기부활동으로 수차례 감동을 줬던 게 사실이다. 그는 지난 2006년 9월 어린이재단 충북지역본부에 전화를 걸어 "주변의 지인이 성실하고 학습의욕은 높으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충북도내 시·군·구 학생들에게 매월 정기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는 문의를 했다.

같은 해 10월부터 실명을 밝히지 않고 '더불어 함께'라는 이름으로 매월 500만 원씩 후원해 왔다. 금액만 2억 원에 가깝다. 그의 후원금은 충북도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25명에게 매월 20만 원씩 전달됐다. 후원자가 정 전 지사라는 사실은 재단 측이 '더불어 함께'를 소개해 준 충북도청 공무원에게 거듭 문의하면서 밝혀졌다.?

▲ 사랑의 끈 연결운동본부 총재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이상적인 실천자의 길을 걷고 있는 정우택 전 충북지가사 취임 배경과 향후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덕희 기자withcrew@cctoday.co.kr
그는 당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저로서는 어려운 여건의 학생들을 도와주는 것이 사회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늘 생각해 왔는데 도지사 취임 이후 기회가 돼 월급에서 쪼개 후원금을 내게 된 것"이라고 무안해했다. 공직시절 월급을 모두 기부한 그는 지사 퇴임 후에도 지속적으로 후원금을 내고 있다.

자연인이 된 터라 예전 수준만은 못하지만 매달 적은 금액을 기부하고 있다. 기부가 정 전 지사 삶의 일부로 자리잡은 셈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책임이 아니라 자유며, 구속이 아니라 낭만이며, 의무가 아니라 행복이에요."

2009년 둘째 아들을 레바논 유엔평화유지군(UNIFIL)으로 파병시킨 일은 당시 지역에 또 한번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둘째 아들 태두(당시 27세) 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귀국해 파병에 자원했다.

정 전 지사도 아들의 파병 자원을 기꺼이 승락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 리더로 평가받았다. 그는 아들이 국내에서도 병역의무를 마칠 수 있는데, 머나먼 이국 그것도 교전 중인 중동지역으로 보내야하는지, 솔직히 부모로서 갈등도 있었다.

그러나 아들이 대한민국의 건장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파병에 참여하는 것은 마땅한 도리이자 책무로서 자진 입대한다고 해 흔쾌히 승낙했다. 다행히도 파병된 둘째 아들은 건강한 모습으로 제대했다.

“충북이 홀대받고, 충북인이 냉대받는 게 가장 싫어요. 이런 연유에서 적십자 회비 100만 원을 내게 된거죠.”

인터뷰 도중 정 전 지사는 여담 하나를 꺼내놓았다. 재임시절 대한적십자사 회의를 다녀 온 충북지사장이 정 전 지사를 찾아와 한 넋두리다. 당시 모금액이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보니 회의 때 충북지사장 자리가 맨 끝에 배치됐다는 것이다. 정 전 지사는 밤새 잠을 설쳤다.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따지고도 싶었다. 하지만 그가 내린 결정은 기부다. 기존 10만 원을 내던 회비를 다음달부터는 100만 원으로 올렸다. 충북지사장 얼굴에 밝은 미소가 보였다. 충북에 대한 무한사랑을 보여 준 일례다.

그의 충북사랑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정 전 지사에게 충북은 사실상 고향이나 다름없다. 디지털 서울문화예술대학교 총장직을 맡은 그가 지역 주민들을 만나고, 봉사활동을 위한 ‘사랑방’ 성격의 ‘BIG 충북 포럼' 사무실을 개소한 곳은 서울도, 부산도 아닌 청주다.

차기 총선을 겨냥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점도 부인할 수 없지만, 재임시절 소홀했던 ‘발로 뛰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 게 진짜 이유다. “제게는 충북의 피가 흐르고 있어요. 충북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할까 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충북사랑’을 표현하고 싶어요.”

사실 정 전 지사는 내년 총선에서 충북의 정치 1번지 상당구에 출마키로 결심을 굳혔다.

그는 포럼 사무실을 개소하면서 "중원의 뿌리인 충북의 산업지도를 바꾸고, 후대의 먹거리 마련을 통해 경제특별도 건설을 실현해 보겠다는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지난 4년간 신명을 바쳐온 이 과제는 위대한 도민의 결집된 역량이 반드시 이뤄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본격적인 정치활동 재개를 시사했다.

이후 최근에 열린 '국민희망포럼'의 충북지부격인 '충북희망포럼’에 참석하는 등 정치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충북홀대론을 주장하기 앞서 인재양성이 중요하다고 봐요. 언제까지 충북이 들러리를 설 수는 없어요. 이제 지역민심을 대변하는 능력있는 인물이 많이 배출돼야 해요.”

그는 인물론을 강조한다. 정치적으로 든든한 인물이 있어야 중앙무대에서도 충북위상을 높이고 지역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재양성은 도민들의 몫이다. 그런 연유에서 정 전 지사는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선거를 통해 충북발전을 위한 인물을 뽑아야 하고, 그들을 통해 지역발전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논리다. 이는 인재양성을 통해 충북이 강해져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월이 변한만큼 그 역시 달라진 게 많다. 외모도, ‘도지사’라는 신분도 바뀌었다. 하지만 선거를 떠나, 충북을 사랑하는 충정은 앞으로 영원할 것이라 그는 자신한다.

“사회지도층들의 기부문화가 확산돼야만 ‘따뜻한 사회’와 ‘더불어사는 사회’로 거듭날 수 있어요. 제게 주어진 삶을 아파하는 장애학생들과 소외된 불우이웃을 돕는데 쓰고 싶어요.” ‘인간은 잠시 머물다 가는 나그네이며, 이 세상에서의 목적은 베풀고 봉사하는 것'이라고 한 알버트 슈바이처의 말처럼 정 전 지사는 지금도 사회 취약계층에게 보이지 않는 선행을 베풀고 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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