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범덕 청주시장이 지난 선거에서 적으로 만났던 남상우 전 시장에게 과태료를 매기는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행정사무조사 증인 출석을 거부한 남 전 시장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라는 시의회의 통보를 받았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시의회는 민선 4기 말기 재정난 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때 정당한 이유 없이 증인 출석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지방자치법 규정에 따라 지난 3월 18일 남 전 시장에게 과태료(500만원 이하)를 부과하는 방안을 의결하고 이런 뜻을 집행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한 시장은 지금까지 "다른 자치단체의 사례 수집을 비롯해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태도만 보일 뿐이다.

그는 사무조사를 시의회의 제1당이자 자신이 속한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한 것과 관련해 일부의 '낙선자 두 번 죽이기' 또는 '당리당략' 주장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려 3개월간 진행된 행정사무조사의 초점이 크게 보면 예산 부풀리기 의혹에 맞춰졌을 뿐 시장의 비리 혐의와는 무관한데다 한나라당 출신의 남 전 시장이 고교 선배인 점 등도 고민의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한 시장은 13일 시의회에서 열린 제302회 임시회에서 "민주당 소속 또는 다른 정당이 아니라 시와 시민을 위한 기준에 의해 시정을 집행하고 있다"며 선을 긋고서 "남 전 시장이 조사특위에 답변서를 보냈었는데 (특위가 당시) 이것을 인정해 줬으면 했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는 윤송현 의원이 시정질문을 통해 "의회 의결에 문제가 있으면 지방자치법에 따라 20일 이내에 의견을 붙여 재의를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시장의 미온적인 태도를 꼬집은데 따른 반응이다.

한 시장은 그러면서 "후임이 전임을 정치적, 정략적으로 공략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은 시와 의회는 물론 조사특위의 순수성에 흠이 될 수 있다"며 "의회의 결정을 존중해 다른 자치단체 사례 등을 검토하고 있는데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부연했다.

충북의 사례를 보면 2009년 충북도의회가 괴산 지방산업단지(옛 진로 부지) 매각 과정과 관련, 증인 출석 요구를 받고도 행정사무감사에 나오지 않은 임각수 괴산 군수에 대해 200만원의 과태료 부과 결정을 내렸지만, 도청은 차일피일 집행을 미뤘으며 결국 과태료 건은 '없던 일'이 됐다.

시청 안팎에서는 딜레마에 빠진 한 시장이 충북도의 사례를 좇을 가능성이 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시의회는 시가 2010년 당초예산을 1조57억원으로 편성해 예산 1조원시대를 맞았다고 홍보했다가 지방채까지 발행하고도 작년 9월 추경에서 예산을 9천843억원으로 감축한 것이 재정난 논란을 빚자 지난해 12월부터 특위를 가동했으며 예산 부풀리기 의혹 등에 대한 감사 청구를 감사원에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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